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부담 커지는 영끌·빚투족

박민우 기자 입력 2022. 1.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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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국은행 제공)
“기준금리를 연 1.5%로 높여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연 1%인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이 같이 밝혔다. 또 “성장과 물가 상황, 경기 전망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은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두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동시에 돈줄 조이기를 가속화하면서 대출 금리 상승세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 “작년보다 올해 물가 더 뛴다”

한은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예상을 벗어난 물가 흐름이다. 이 총재는 “한 달 전만 해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준(2.5%)을 웃도는 2%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대폭 조정했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2%다. 한은은 현재 3%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1~6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 조사해보니 개수가 최근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요인이다.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여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금리 격차를 유지해야만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13일(현지 시간)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은 연내 수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자산 매입 종료 즉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3월 금리 인상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 영끌, 빚투족 비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다 추가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대출 금리 상승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에,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른 가운데 이 인상 폭 만큼만 대출 금리가 상승해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9조8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38만 원으로 48만3000원 증가했다.

향후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총재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감축하고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출 규제 강화에 금리 인상이 겹쳐 부동산 거래 절벽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전달보다 0.79% 떨어져 1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 또 ‘정책 엇박자’ 논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날 정부가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면서 통화·재정당국의 정책 엇박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한은이 8월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정부가 ‘국민 88%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추진해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엇박자로 볼 상황은 아니다”며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등 큰 흐름을 보고 운영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경 재원 마련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시장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물가는 잡지 못한 채 서민들의 이자 이중고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회수와 공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 신경 써야 한다”며 “올해 예산을 사상 최대로 편성한 만큼 이를 활용해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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