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어디쯤 [책과 삶]

오경민 기자 입력 2022. 1. 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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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35 SF 미스터리
천선란 외 8명 지음
나비클럽 | 308쪽 | 1만5000원

형이 백혈병으로 죽었다. 슬퍼하던 어느 날, 옥수수밭에서 형을 다시 만났다. 어딘가 낯선 형은 나와 함께했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다음 이야기. 동생이 죽었다. 자율주행차량을 주차하고 걷던 중 그 차량에 치여 숨졌다. 생전 동생이 차량에 내려받은 불법촬영 영상과 함께 다운로드된 악성코드와 버그 때문에 차량이 오작동을 일으켰을 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말 단순 사고였을까. 아니면 해킹 범죄일까.

인기 SF작가, 추리소설 작가들이 2035년,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미스터리 장르로 풀었다. <2035 SF 미스터리>는 천선란, 황세연, 전혜진, 듀나 등 9명의 작가가 상상한 세계를 묶은 책이다. 이미 이 중 두 작품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

복제인간이 보급되고, 메타버스가 일상화돼 현실을 대체한다. 작가들이 만든 미래 세계는 서로 비슷한 점을 공유하기도,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드론, 자율주행차량, 인공지능(AI)은 거의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소재다. 어떤 작가는 강력범죄가 늘어난 나머지 경찰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어 탐정이 합법화된 세상을 그리는가 하면, 다른 작가는 유전자 비교 등 경찰 수사방식이 고도화돼 이전의 미해결 사건까지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한다.

작가들은 미래를 막연한 디스토피아로 그리지 않았다. 나빠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은 딱 그대로다. 난민, 여성 등 소수자를 향한 차별은 여전하다. 기술 발전의 이점은 주로 가진 자들이 누린다. 다만 낯선 세계 위에 뿌려진 익숙한 폭력과 차별의 재현이 더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SF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된 작품도, 미스터리에 치중하다 SF를 조미료처럼 얹은 작품도 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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