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뇌관'에 출렁이는 대선판..셈법 엇갈린 여야 초긴장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류미나 기자 = 3·9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김건희 변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의 일부를 방송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14일 나온데 따른 것이다.
당장은 윤 후보 입장에서 상당한 악재로 돌출한 모양새다. 법원은 수사 및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했지만, 전체 분량 자체가 이례적으로 길다 보니 김씨의 어떠한 '육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 자체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상당 부분의 방송을 허용하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에 따라 MBC가 예정대로 방송할 경우 오는 16일 저녁 김씨의 사적 통화 발언이 전파를 타게 된다.
앞서 '쥴리 논란', '허위이력 논란' 등과 관련해 김씨의 통화 내용이 보도될 때마다 대선 정국이 출렁였던 터라, 이번에도 상당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수사·사생활 등 민감한 내용은 아니라 하더라도, 김씨가 '공적 인물'로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보였는지에 따라서도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적 통화에서 거론된 감정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그 자체로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방영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비난하며 거센 대립각을 이어간 것도 이런 민감한 셈법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즉각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선대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원이 김씨의 청구를 사실상 기각한 것은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며 "방송을 막기 위해 MBC에 몰려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이 증명됐다. 국민의힘은 방송편성권을 침해하려 한 언론 탄압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세가 '배우자 리스크'로 꺾이기를 기대하는 속내도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법원 결정을 전후로 김씨의 '문제성 발언'이 담긴 출처 불명의 자료가 나돌아다녔다.
안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은 알고 싶다. '7시간 통화'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적었다.
다만 상대의 악재에 편승한 네거티브 캠페인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하며 표정이다. 자칫 이재명 후보 가족의 신상 문제까지 싸잡아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브리핑이 법원 결정 내용에 대한 언급으로 한정된 것도 이런 판단을 반영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아직 실제로 방송이 될지, 된다면 어떤 내용이 방송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송을 보고 나면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는 김씨에 대한 적극적 엄호 태세를 유지했으나, 당혹감 속에 선거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법원 결정이 전해진 직후부터 30여분 사이 수 건의 관련 성명서와 설명문, 논평이 쏟아진 것도 이러한 내부 기류를 반영한다.
국민의힘은 일단은 법원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 향후 보도와 관련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MBC를 정면 비판했다.
재차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향후 방송 내용에 따라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는 재판 과정에서 가족·부부 간 사적 내용은 방송하지 않기로 하였고, 김건희 대표가 여러 이슈에 대해 밝힌 공적인 영역의 견해만 방송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금지된 부분에 대한 언급, 배포, 보도는 법원 결정에 반하여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및 배포를 하시지 말아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라고 못 박았다.
당 안팎에서는 적극적인 상황 관리 노력에도 방송시 그 내용에 따라 윤 후보의 대선 가도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 후보가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 등과 관련, "검찰 수사에 심신이 지쳤다" "요양이 필요하다" 등 정서적 호소로 배우자에 대한 보호 의지를 드러내온 가운데 자칫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정문과 일부 지라시 등에서 나타난 김 씨의 언사를 보면 후보자가 설명한 모습과는 괴리가 커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sncwook@yna.co.kr
- ☞ "보육원 교사들이 원생 7년간 폭행·가혹행위"
- ☞ 6세아들 찬물샤워 벌주다 숨지자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 ☞ 바닥에 닿는 순간 '펑'…차에서 내리던 택배물품 대폭발
- ☞ 대기업 김치서 나온 이물질…모양은 발톱인데 고추씨라니
- ☞ 간통 여성 태형 100대, 상대남 15대…형평성 논란
- ☞ 비, '인색하다'는 주장에 "허위사실"…강경대응 예고
- ☞ 타조떼 한밤 추격전…시속 70km에 경찰 애먹어
- ☞ 돼지심장 이식환자 알고보니 흉악범…피해자는 15년 전 사망
- ☞ 윤석열, 'QR 패싱' 과태료 10만원…민주 "안하무인 그 자체"
- ☞ 쥬얼리 출신 김은정, 임광욱 프로듀서와 16일 결혼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예지 "이틀전 尹탄핵안 표결 때 찬성"…與 추가 이탈표 주목 | 연합뉴스
- 이재명, 계엄군 병사에 "그대들은 아무 잘못 없다" | 연합뉴스
- AP통신 "한국은 민주주의 지켜냈지만…미국이라면 어려웠을지도" | 연합뉴스
- 목 비트는 태국 마사지 받은 여가수, 전신마비 끝 숨져 | 연합뉴스
- 아파트 엘리베이터 오작동으로 80대 입주민 숨져 | 연합뉴스
- [르포] '윤석열' 지우는 대구 서문시장…"尹 욕하는게 싫어 사진 뗐다" | 연합뉴스
- 국힘 사무실에 근조화환·계란 투척…김재섭 집 앞 흉기도(종합) | 연합뉴스
- "여인형 명령에도 방첩사 요원 국회·선관위에 한명도 안들어가"(종합) | 연합뉴스
- 유인촌 "한국의 일상 평안해…관광객 안전 위해 최선"(종합2보) | 연합뉴스
- 707단장 "'의원 150명 넘으면 안된다, 끌어낼수 있나' 지시받아"(종합2보)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