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31시간 만에 구했지만..노동자 1명 끝내 주검으로
[경향신문]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분서 수습
무인 굴삭기·내시경 카메라…
첨단 장비·구조인력 총동원에도
적치물 너무 많아 수색작업 더뎌
6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노동자 1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된 나머지 노동자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9층 건물의 23층에서 38층까지 무너져 내리면서 쌓인 잔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날 오후 6시49분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실종된 노동자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 노동자 시신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노동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이 노동자는 지난 13일 오전 11시14분쯤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분에서 발견됐다. 흙더미와 잔해에 매몰돼 약 31시간 만에 밖으로 꺼냈지만, 당시 이 노동자는 호흡 등이 정지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노동자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시신 훼손이 심해 유가족 입회와 지문 대조 등을 통해 최종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을 찾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특수구조단 등 71명과 장비 43대, 구조견 8마리를 투입해 건물 내부와 외부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구조견들의 반응과 실종자들의 작업 위치를 파악해 아파트 내부를 수색하고 있지만 인력 투입은 자제하고 있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간 상황이어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내시경 카메라와 무인굴삭기, 여진탐지기, 음향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총동원했다. 내시경 카메라는 사람이 진입할 수 없는 콘크리트 더미 속을 수색하는 데 사용된다. 당국은 구조견이 반응을 보였지만 사람 접근이 힘든 22층, 25층, 26층, 28층 등에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하기로 했다.
건물 붕괴 시 구조대원들이 긴급대피할 수 있도록 붕괴경보기도 설치했다. 낙하물의 자유낙하시간(120m 기준 5초)을 고려해 인지 및 대피반응 시간을 7초로 설정하고 긴급대피 장소를 사전에 지정했다. 낙하물 위험 구역에는 방호용 가림막이 설치됐다.
전문가들도 붕괴 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조치 없이 구조대원을 진입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이 무너진 곳에 소방관들을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전진단 이후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곳곳 균열 ‘붕괴경보기’ 설치
텐트서 날 지새우는 실종자 가족들
“구조대 안전 확보·구조 최우선을”
시공사 무성의한 대응에 분통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소방당국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대원들의 안전 확보와 수색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쏟을 힘을 실종자 수색에 더 쏟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구청과 소방당국의 지원도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사고를 낸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인데 국민의 혈세로 지원받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안씨는 “지자체가 식사 등 여러 지원을 해줬다. 처음에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한다는 생각에 거절했었다”며 “이후 지자체가 우선 재난지원금으로 집행한 뒤 현대산업개발에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밝혀 지금은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 텐트에서 생활하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안씨는 “가족들 모두 길어지는 수색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쉬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의 무성의한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안씨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장이라는 분이 지나가다 가족들에게 잡혀 억지 사과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광주와 전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고, 신기술 공법으로 건물을 짓는다면서 왜 구조작업에는 적극적으로 장비를 투입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사흘째인 어제서야 중장비를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또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상가 업주들도 피해자들”이라며 “현대산업개발은 빨리 사고를 수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삭·강현석 기자 isak84@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47kg’ 박나래, 40년 만에 ‘이것’ 착용 “내가 나 같지 않아” (나혼산)
- 尹, 9일 기자회견 유력…대통령실 “할 수 있는 답 다하겠다는 생각”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