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붉어지는 '주사', 의심증상 놓치지 말아야 [의술인술]

[경향신문]

40대 여성 환자 A씨는 요리사이다. 평소 불 앞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피부가 자주 붉어지고 화끈거렸지만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면 금세 괜찮아졌다. 그러던 중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지속되는 시간이 점차 길어졌고, 찌르는 듯한 통증까지 느껴 병원을 찾아 ‘주사’ 진단을 받았다.

주사는 뺨, 코, 이마 등 얼굴 중앙 부위에 주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지속적인 안면홍조, 모세혈관의 확장, 여드름처럼 딱딱하게 덩어리져 돌출되는 구진, 고름이 찬 농포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술을 의미하는 주와 여드름을 의미하는 사가 결합된 병명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술을 마신 사람이나 여드름 환자와 비슷해 보인다. 얼핏 보면 안면홍조, 여드름 등으로 오인하기 쉬워 이를 방치해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맞지 않는 치료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이나 단순 홍조와는 달리 주사는 여드름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면포가 없고 건조함, 가려움, 화끈거림, 찌르는 듯한 통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도 코 부근 얼굴 중앙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모세혈관의 확장이나 붉은 반점처럼 보이는 홍반 역시 여드름 피부에서는 보기 어렵다. 단순 안면홍조는 날씨, 음주, 자극적인 음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만일 안면홍조를 일으킬 만한 환경이나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된다면 주사를 의심해 봐야 한다.

주사는 얼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질환인 만큼 환자가 낮은 자존감을 보이거나 우울증, 불안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화끈거림과 피부 통증까지 동반해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사 환자의 삶의 질 지수를 살펴본 연구 결과, 주사 환자의 삶의 질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사는 환자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사 치료법은 연고, 경구 염증억제제, 레이저 시술 등이 있다. 그중 구충제와 피부 감염 치료제에 쓰이는 이버멕틴 성분의 연고는 하루에 한 번 바르는 것만으로도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부 통증을 완화시켜 주사 증상뿐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인다.

만성 질환인 주사는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할 수 있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주사 환자의 피부는 예민하고 건조한 상태로, 자극이 적은 세안제와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자외선은 주사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고 자극적인 음식, 술, 급격한 온도 변화 특히 더운 환경, 스트레스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주사는 외모의 변화뿐 아니라 피부 통증으로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가 크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 악화는 물론 재발 위험이 커져 호전되기까지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의심증상이 나타났을 때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한여드름주사학회는 강조한다.

조소연 서울의대·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