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7개 연구단 성과평가 결과 2개 연구단 문 닫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연구단 7개에 대한 연구 성과를 평가한 결과 2개 연구단이 2년뒤 문을 닫게 됐다. 나머지 5개 연구단은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IBS는 14일 설립된지 8년째를 맞은 7개 연구단과 5년차 1개 연구단에 대한 성과 평가를 진행한 결과 3개 연구단이 최고 등급, 4개 연구단이 차상위 등급을 맞았다고 밝혔다. IBS 측은 "차상위 등급을 받은 연구단 중 8년차가 된 2개 연구단은 2년 후 문을 닫고 나머지 5개 연구단은 연구를 지속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면서도 사업을 종료하는 사업단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IBS는 연구단을 설립한 뒤 5년째부터 평가를 진행하며 3년 단위로 평가하고 있다. 8년차 연구단 성과 평가가 이뤄진 건 2020년 말 이후 두 번째다. IBS는 이번 평가를 위해 해외 석학을 중심으로 연구단별 평가단을 구성하고 1월부터 서면과 현장방문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해 4월과 9월에는 연구단 선정·평가위원회(SEC) 종합평가, 지난해 5월과 10월 과학자문위원회(SAB) 자문 회의를 거쳐 지난 12월 이사회에 관련 결과를 보고하고 평가결과를 확정했다.
평가는 연구단별 특성을 고려해 과학적 수월성, 인재 유치·육성, 연구단 운영에 대해 정성평가를 실시하되, 수월성 검증을 위해 과학적 우수성에 대해서만 4단계 등급을 부여했다.
이번 평가에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말 사이에 출범한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지하실험 연구단 등 8년차 연구단 6개가 대상에 올랐다. 또 2015년 출범한 5년차 연구단인 나노의학 연구단이 첫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8년차 연구단인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지하실험 연구단과 5년차인 나노의학 연구단 등 3개 연구단은 포괄적 연구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평가돼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8년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화학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것을 대표성과로 인정받았다.
지하실험 연구단은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본격 시작했으며, 기존에 이탈리아에서 관측한 신호가 암흑물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나노의학 연구단은 2020년 자기장을 이용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의 뇌운동신경을 무선·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8년차 연구단 중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차상위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IBS는 이 가운데 2개 연구단을 유지하고, 2개 연구단을 2년의 정리 기간을 거쳐 종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 뒤 정리되는 연구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점수를 받은 연구단 가운데 2곳은 유지하고, 다른 2곳은 종료하는 이유에 대해 한 IBS 관계자는 "연구단장의 정년과도 관련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BS는 평가 내부방침으로 연구단장의 정년 직전 성과평가 결과에서 A등급 이하는 2년의 정리 기간을 거쳐 종료하고, S등급을 받은 연구단은 3년의 추가지원 뒤 종료한다고 명시해놨다.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연구단 4개 중 1개 연구단 단장이 정년을 맞아 이 기준에 부합하고, 다른 1개 연구단의 단장도 정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IBS 측은 "2개 연구단을 닫고 2개 연구단을 계속 운영하기로 한 결정에는 정년 외에도 다른 사항이 고려됐지만 이유나 세부내용은 내부 방침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모든 연구단의 과학적 수월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등 연구단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IBS의 총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한해 19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거대 공공 연구기관이 1년에 60~70억원씩 8년 가까이 투입한 연구단 2곳의 문을 닫으면서 종료 사유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공공기관으로서 불투명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IBS는 이번 평가결과와 과학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 연구단 지속 운영하거나 종료·후임 또는 공동 연구단장 선발, 연구내용 조정, 연구그룹 간 협력 강화, 우수한 젊은 박사후 연구원 육성 등 연구단 운영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평가를 총괄한 허버트 에클레 SEC 위원장(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명예소장)은 “연구단은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실천해 IBS가 추구하는 과학적 수월성 중심의 집단연구에 매진해야 하며, 더불어 연구단에 대해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