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건희 녹취록' 보도에 반발..방송 금지 신청은 '사실상 기각'

조문희 기자 입력 2022. 1. 14. 19:13 수정 2022. 1. 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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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을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앞서 MBC는 오는 16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녹취록 보도를 예고한 MBC에 항의 방문까지 했지만 김씨의 발언 내용 일부가 전파를 타게 됐다. 사과로 매듭지으려 했던 ‘김건희 리스크’가 엉뚱한 곳에서 다시 터져 나온 상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불법 녹취 파일을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이 김씨 녹취록과 관련해 일부 내용은 방송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하자 내놓은 반응이다. 이 대변인은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향후 방송 내용에 따라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MBC 측 변호인단에 대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법원이 방송 금지를 결정한 김씨 통화내용 일부가 ‘별지’의 형식으로 세간에 퍼졌는데, 유출된 별지 출력자로 MBC 측 변호인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방송이 금지된 부분에 대한 언급, 배포, 보도는 법원 결정에 반하여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및 배포를 하시지 말아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이전인 오전 10시25분쯤 서울 상암 MBC 사옥을 찾았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공개를 예고한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에 대해 공개 반대 의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 당 관계자들이 김 원내대표와 동행했다. 이들은 해당 파일이 불법 녹취로 만들어진 데다 편파 방송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착 전부터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촛불시민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의 방해로 MBC 사옥에 진입하지 못했다. 시위대는 “물러가라” “언론 자유 왜 침해하냐”고 소리를 질렀고 몸싸움이 30여분 간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정경심은 석방하고 김건희는 구속하라”, “조국의 시간, 추미애의 깃발”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충돌 과정에서 욕설이 오갔고 일부 경찰관은 부상을 입었다. 김 원내대표도 인파에 밀려 넘어졌다.

한 경찰관이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이날 MBC 사옥 앞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조문희 기자


사옥 내로 진입하지 못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편파·불공정 방송에 항의하고자 적법 절차를 통해 왔는데,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길을 가로막는 사람이 숱하게 모여있다”며 “(MBC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국민의 항의를 듣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함부로 음성을 녹취할 수 없는데, (그렇게 녹음된) 불법 음성을 MBC가 공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음성권 위반”이라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한다는 것도 명백히 선거에 관여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시위대는 기자회견문에서 “김건희씨 7시간의 녹취 방송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도 녹취 공개 반대 기조에 비판이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헤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하여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놨다”며 “이를 막으려고 해본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지금 언로를 막을수 있다고 보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 어이없는 대책들만 난무한다”며 “윤후보만 수렁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사옥 내로 진입해 박성제 MBC 사장과 20여분 면담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12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자 A씨와 10∼15회 통화했다. ‘스트레이트’는 A씨로부터 통화 녹음 파일을 넘겨받아 오는 16일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은 전날인 13일 MBC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촛불시민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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