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일만 한 아빠에게 왜.." 광주 실종자 딸이 남긴 호소글

문지연 기자 2022. 1. 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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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나흘째인 14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연합뉴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 근로자의 딸이 남긴 호소 글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그는 “아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6명의 실종자 중 한 명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전날 인스타그램에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접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아빠는 창호 작업을 하는 분이셨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셨다”며 “인터넷으로 사고를 접하자마자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아 현장으로 달려갔고 (아빠가) 홍채인식 시스템에 의해 오전 7시 18분 출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분이 말씀하시길 아빠는 31층에서 작업하셨다고 한다”며 “사고 다음 날부터 다른 현장에 나갈 예정이었던 아빠는 그곳에 갇혀 돌아오지 못하고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고 호소했다. “20년 넘게 열심히 일만 하셨던 아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광주 붕괴 사고 실종 근로자 딸 A씨가 남긴 글. /인스타그램

A씨는 “초반에는 현장 상황 설명, 진행 상태, 구조작업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애가 탄 실종자 가족들이 항의하자 그제야 알려주기 시작했다”며 “그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저희는 기사를 통해 접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는 직접 상황을 설명해 주시고 안 좋은 여건임에도 야간 수색에 힘 써주시는 것을 안다”면서도 “정책이나 건설사 측 수사도 다뤄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지만 지금은 실종자 수색에만 집중하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란다. 여러분도 이 사고가 묻히지 않게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근로자 6명은 28층과 31층 사이에서 창호 공사 등을 작업하던 중 실종됐다. 그중 한 명을 13일 오전 지하 1층에서 발견했으나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잔해물이 쌓인 탓에 생사는 물론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다 14일 오후 밖으로 구조했다.

구조견과 실종자 수색하는 소방대원들. /뉴시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 대표 안모씨는 이날 “대표이사라는 분이 지나가다가 저한테 잡혀서 ‘죄송하다’ ‘빨리 수습하겠다’는 억지 사과만 하고 갔다”며 “사고 사흘째인 어제서야 중장비를 투입했다. 수천억원 이상 가진 회사가 사람 6명을 구조하는데 하루 쓴 비용이 1000만원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구조 당국을 향해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며 구조에만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족분들 회의에서 관공서나 소방에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자고 (결론냈다)”며 “우리를 상대하다 에너지를 낭비하면 구조에도 악영향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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