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1.5%도 긴축 아니다"..한은, 연내 기준금리 2%까지 올릴수도
■ 매파색 더 짙어진 한은
3%대 고물가·美 조기 긴축에
5개월새 기준금리 3번 올렸지만
李 "실물경제 대비 여전히 완화적"
상황 맞춰 추가조정 필요성 언급
3월 대선에 내달 인상은 불투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개월 새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리고도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3%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는 등 대내외 정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 임기가 오는 3월 말 끝나는 만큼 추가 인상은 차기 총재 몫으로 남겨졌지만 연내 금리는 두세 차례 더 올라 올해 말 1.75~2.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14일 올해 처음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상황에 비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앞으로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립 금리 등에 비춰보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주상영 금통위원만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을 뿐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0.25%포인트 인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근거는 물가와 미 연준의 조기 긴축으로 요약된다. 특히 물가 상승세에 대한 경계심이 지난해 12월 물가 설명회 당시보다 강해진 모습이다. 이날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2.5%) 수준을 넘을 수 있다고 하면서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2.0%)를 두 달 만에 0.5%포인트 이상 높여 잡았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2%)를 훌쩍 넘는 3%대 물가 상승률이 꽤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물가를 보면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하방 경직성이 있는 외식 품목의 상승세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최근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전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도 시인했다. 최근 연준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확대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뿐 아니라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양적 긴축(QT) 방침까지 언급한 상태다. 이 총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준의 양적 긴축을 내년 이후로 예상했는데 연내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테이퍼링이 곧 끝나면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고 거기에 양적 긴축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에 일정 부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통화정책 파급력이 큰 만큼 이를 지켜보면서 정책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추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를 0.50%에서 1.25%까지 올리면서 나타난 영향을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 5개월이 됐고 이날까지 세 차례 올렸기 때문에 금리 인상 효과를 이제는 계측해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향후 통화정책 일정은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2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총재 임기가 3월 31일부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금리 인상은 차기 총재 몫이다. 하지만 3월 대선 등 정치적 일정에 밀려 후임 총재 공석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 휴지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와 맞물려 후임 총재의 성향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재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 위원을 제외하더라도 매파적 성향의 금통위원이 5명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2분기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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