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전엔 대미 경고 오후엔 탄도미사일 발사..'강대강' 대응 나서나 [보완19:26]

박은경·정대연 기자 입력 2022. 1. 14. 17:40 수정 2022. 1. 1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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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1일 북한에서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이 비행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발사 장소는 자강도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미국을 향해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겠다”는 경고 담화를 발표한 지 8시간 여 만이자,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이다. 미국의 신규 대북제재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참은 이날 “오늘 오후 2시41분경과 2시52분경 북한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의 발사체를 탐지했다”면서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 비행거리는 약 430㎞, 고도는 약 36㎞로 탐지했으며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이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해상 표적을 설정해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인 ‘알섬’을 해상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은 북한이 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할 때 표적으로 이용한 바 있다. 군 당국은 미사일 두 발의 최고 속도를 마하 6 내외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 5일과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속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정밀타격용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거나, 최근 개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또는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을 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 5일과 11일에 이어 세 번째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 등을 독자제재한 직후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동안 주장해 온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른 맞대응으로 읽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의 독자제재에 대한 반발차원의 무력시위”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다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대북제재에 나선다면 북한도 ‘강대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앞서 이날 오전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대결적 자세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대미 경고장을 보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우리의 정당한 해당 활동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가 비난소동을 벌리다 못해 단독제재까지 발동하면서 정세를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로 되며 강도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국가방위력 강화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며 “우리는 정정당당한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사일 주권을 포기하기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연달아 시험발사하면서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시간표대로 충실하게 이행해왔다. 그러나 새해들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성공까지 선언하면서 최첨단 무기개발에 속도를 내자, 미국도 이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속력을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논의를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 전, 일본·유럽 국가들의 유엔 주재 대사들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이어 12일에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총 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재 대상 명단 추가를 요구했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조치 이후 곧바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8시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하며 빠른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자칫 북한의 미사일 발사-미국의 추가 제재-북한의 담화 및 추가 무력 시위로 이어지면 북·미간 대결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가 나온 데 대해 북한이 자신들의 명분과 원칙을 강하게 보여주면서 초기에 쐐기를 박으려고 하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로 오전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 온 점으로 볼 때 ‘오후 무력시위’는 예정된 일정이 아닌 갑작스런 결정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과 관련 “미군 병력이나 영토, 동맹국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발사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의 불안정한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재차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가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박은경·정대연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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