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침엔 미국 비난 담화..낮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제훈 입력 2022. 1. 14. 17:36 수정 2022. 1. 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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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안북도 내륙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14일 오후 밝혔다.

아울러 같은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모두 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대북 제재 대상 명단 추가·확대를 안보리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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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북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
올해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발사
오전엔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미국 비난
북-미 사이 '신경전' 재연
NSC 상임위 "재차 강한 유감 표명"
중동 순방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국내 잔류 지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오늘(14일) 오후 2시41분과 2시52분께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14일 오후 밝혔다. 11분 간격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30km, 고도 36km 가량, 최고 속도는 마하 6 안팎으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의 세번 째 미사일 발사다. ‘미사일 발사(북)→제재 확대(미)→미사일 발사(북)’로 이어지는 악순환과 북-미 사이 ‘신경전’의 재연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재차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15일) 해외 순방과 관련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국내에 남아 북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유관 부처와 협력해 잘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한·미 군정보 당국은 ‘탄도미사일’로 추정)을 시험발사했다. 11일 발사 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조용원 노동당 조직 담당 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을 데리고 전용열차로 자강도까지 가서 현지 참관을 했다. 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참관은 2020년 3월 이후 661일 만이었다. 김 총비서는 “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으며, “노동당 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극초음속무기 개발”의 일환이라고 <노동신문>은 12일 보도했다.

‘14일 발사’의 구체 내용과 의도는 15일치 <노동신문>을 봐야 알 수 있지만, 북쪽은 이미 ‘발사 이유’를 밝혔다고 할 수도 있다. 이날 이른 아침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그것이다.

이 담화는 "미국은 우리의 정당한 활동을 유엔 안전보장리사회에 끌고가 비난소동을 벌리다 못해 단독제재까지 발동하면서 정세를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나간다면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방위력 강화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며 "우리는 정정당당한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각)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북한 국적 6명 가운데 5명이 미사일 개발 핵심 주체인 국방과학원 소속이다. 아울러 같은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모두 6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대북 제재 대상 명단 추가·확대를 안보리에 요구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이런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확대 움직임을 겨냥했는데, 8시간 남짓 뒤 미사일 발사는 담화가 빈말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위력시위’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8차 당대회(2021년 1월5~12일)에서 대미 정책의 ‘원칙’으로 제시한 “강 대 강, 선 대 선” 기조의 재확인인 셈이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대미 비난을 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김여정 부부장의 ‘대미 비난 담화’도 지난해 8월10일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 이후 다섯달째 내놓지 않는 등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각)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에 나와 “북한이 하는 행동의 일부는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도 계속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통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논의 이후에는 며칠 안에 외무성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해온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 정세 안정이 긴요한 시기에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호응해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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