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시간 12초나 있었지만..민가를 본 순간,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故심정민 소령 슬픔 속 영결
14일 생전 그가 '영원한 전투조종사'의 꿈을 키웠던 경기 수원시 제10전투비행단에서 심 소령의 영결식이 부대장으로 엄수됐다. 유가족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와 부대 장병 등은 심 소령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영결식에 자리해 고인을 추모했다.
심 소령의 유해가 태극기에 싸인 관에 담겨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장내는 더욱더 큰 슬픔에 휩싸였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심 소령의 부인은 영결식 내내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슬픔에 잠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소속 부대장인 박대준 제10전투비행단장은 조사(弔詞)에서 "심 소령은 눈앞에 펼쳐진 민가를 발견하고는 비상탈출의 기회를 뒤로한 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민가를 회피하는 기동을 하며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 소령은 끝까지 의로운 전투조종사의 길을 선택했다"면서 "그 꽉 잡은 조종간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그대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부디 편안히 잠드시게"라고 기렸다. 공사 64기 동기회장인 김상래 대위는 추도사를 통해 "항상 재치 있는 입담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네가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김 대위는 "우리 64기 동기들 모두 너와 함께한 추억을 마음속에 평생 간직하고 너의 남은 몫까지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내 동기, 내 친구 정민아. 사랑한다"라며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동기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 소령이 조종했던 F-5E는 지난 11일 오후 1시 43분쯤 수원 기지에서 이륙해 고도를 높이던 중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지면서 기체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심 소령은 "이젝션!(비상탈출)"을 두 차례 외치며 탈출 의사를 밝혔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공군은 심 소령이 인근에 민가와 도로가 있어 민간인 피해가 예상됐던 상황에서 민간인 희생을 피하려고 끝까지 조종간을 야산 쪽으로 틀면서 탈출 시점을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당시 전투기는 민가와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심 소령의 시신은 전투기 기체 근처에서 발견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심 소령에게는 비상탈출을 실시할 12초가량의 시간이 있었다. F-5 계열 전투기 비상탈출 좌석은 2013년에 신형 사출 좌석으로 교체돼 속도(0~550노트)와 고도(0~5만피트)에 무관하게 비상탈출이 가능했지만 심 소령은 마지막까지 그러쥔 조종간을 놓지 않고 희생됐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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