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목욕' 부산 소막마을 주민들.."목욕탕 하나만 있었으면"

이유진 기자 2022. 1. 14. 17: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목욕탕 가려고 문현동까지 택시 타고겨울에는 씻다가 얼어 죽을 판이다."

2019년 소막마을에 마지막 남은 목욕탕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인근 동네인 남구 문현동으로 원정목욕을 가고 있다.

이정은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재개발 때문에 목욕탕이 없어지면서 소막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많다"며 "고령층 거주비율이 높은 원도심이나 다른 구에서도 구립 목욕탕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씻을 곳 마땅찮아..주민 대부분 취약계층
고령층 많은 다른 구 '구립 목욕탕' 추진..남구 "여러방안 검토 중"
부산 남구 소막마을에 위치한 주택의 세면장.(이정은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정책위원장 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우리 할머니들이 목욕탕 가려고 문현동까지 택시 타고…겨울에는 씻다가 얼어 죽을 판이다.”

14일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에 살고 있는 70대 A씨는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는 집에서 씻는 게 고역이라고 말한다.

2019년 소막마을에 마지막 남은 목욕탕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인근 동네인 남구 문현동으로 원정목욕을 가고 있다.

수년간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우암동 소막마을에는 재개발 부지에 포함되지 않은 주민들만 남았다. 남은 주민 대부분은 60대가 넘는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설거지와 세면 등을 모두 한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겨울에 집에서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에 몇년 전부터 소막마을 어르신들은 동네에 목욕탕을 세워달라고 요구해 왔다.

마지막 목욕탕이 사라진 2019년 남구는 소막마을에 공동샤워장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샤워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월·수·금 여성, 화·목 남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공동샤워장에서 2~3명만 씻고 나오면 찬물이 나온다”며 “크고 거창한 목욕탕을 지어달라는 게 아니다. 추운 날씨에 탕에 들어가서 몸 녹일 수 있는 목욕탕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구 주민들이 남구청의 순세계잉여금 사용처에 대해 투표한 결과에서도 ‘우암동 구립 공공목욕탕 건립’이 5위를 차지했다.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진행한 이 투표에는 남구 주민 1만1875명이 참여했다.

순세계잉여금은 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금액을 뺀 나머지로, 2020년 남구의 순세계잉여금은 614억원이다.

이정은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재개발 때문에 목욕탕이 없어지면서 소막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많다”며 “고령층 거주비율이 높은 원도심이나 다른 구에서도 구립 목욕탕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는 고령층의 원정목욕을 막기 위해 산복도로에 지은 구립 목욕탕을 2월 개장할 예정이다. 사상구도 학장동 구학마을 일대에 구립 목욕탕을 세웠다.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박재범 남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우암동 구립 공공목욕탕 건립을 요구했다.

남구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구립 목욕탕 건립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목욕탕을 건립하려 해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마땅한 부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소막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이주 등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남구 우암동 일대에 위치한 ‘소막마을’은 소 막사로 사용하던 곳을 한국전쟁 중 부산으로 밀려든 피란민들의 주거시설로 바꾸면서 이름 붙었다. 이후 산업화로 인근에 공장, 항만 등이 조성되며 소막마을에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터를 잡았다.

oojin7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