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보다 정확해, 18번곡으로 성격도 알 수 있다 [Books]

김슬기 2022. 1.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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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류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 이진선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우리는 음악을 귀로 들을까. 신경과학자 대니얼 J 레비틴에 따르면 뇌로 듣는다.

음악은 개인적 경험인 동시에 사회적 경험이다. 화가의 그림이 사회, 문화가 변한 다음에도 보편적으로 감동을 주듯 음악도 보편적인 진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생인류 탄생 이래로 뼈로 만든 피리와 동물 가죽을 씌운 드럼은 어느 문명 유적지에서나 발견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 전장에까지. 음악은 숨을 쉬고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활동이었다.

세계 음악 산업은 연 3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전문 밴드와 예술가들이 공연장과 음원 사이트에서 특별한 재능을 판다. 미국인은 처방 약이나 섹스보다도 음악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숨 쉬는 것처럼 누구나 하는 행위가 어떻게 이토록 크고 전문적인 산업이 됐을까. 우리가 왜 빵 대신 음악을 사는지 알려면, 우리가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뇌를 연구해서 말이다.

대학을 그만두고 록밴드에 투신했던 저자는 스티비 원더, 휘트니 휴스턴 등의 음반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으로 10년 이상 일했다. 녹음실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각기 다른 10가지 연주를 듣고도 하나의 차이점을 찾아낼 정도였다. 이런 능력과 창의성은 어디서 올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신경심리학 강의실로 돌아갔다.

진화심리학은 우리 몸뿐 아니라 마음도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분명한 건 10만년 전 음악은 베토벤이나 에미넘과 달랐을 것이다. 뇌가 진화하면서 듣고 싶은 음악도 변했다. 좌뇌는 언어와 수학을, 우뇌는 예술과 음악을 관장한다는 통념은 틀렸다. 저자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 전역에서 처리된다. 뇌 손상 환자를 연구하면서 신문을 읽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음악을 들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책은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와 MRI,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 등 최신 과학을 총동원해 음악과 뇌의 상호 관계를 파헤친다. 음악의 욕구가 식욕과 무엇이 다른지, 음악을 만드는 능력의 비밀 등을 과학적으로 답해준다. 저자는 "음악을 듣는 뇌를 통해 우리는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수수께끼를 이해할 수 있다"고 썼다.

음악의 이질적인 정의부터 만나보자. 음악은 본질적으로 분자 진동 주파수의 연속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음의 높낮이만으로 기쁨과 슬픔, 설렘과 분노도 표현할 수 있다. 프로코피예프는 '피터와 늑대'에서 플루트로 새를, 프렌치호른으로 늑대를 표현한다. 감정과 정서를 무한대로 변주할 수 있는 마법이 음악이다. 그런데 음악을 들으며 뇌에 전극을 꽂으면 뇌 활성도로 무슨 음악을 듣는지 엿볼 수 있다. 음악은 뇌가 듣는다는 증거다.

인기 음악의 비밀을 파헤치는 챕터가 백미다. 어린아이들은 언어 능력이 발달하는 2세부터 자신의 문화권 음악에 선호를 보이기 시작한다. 마이클 포즈너에 따르면 아이들은 주의력을 지휘하는 뇌의 부위가 완전하지 않아 동시에 여러 곳에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화성 진행이 쉬운 단순한 음악을 좋아하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실험적인 음악을 찾게 된다. 이로 인해 10대 시절 음악적 선호도의 전환기를 겪는다. 10~11세 무렵 음악에 맹렬한 관심을 보이며 14세에 음악에 관한 뇌의 배선이 완성된다. 평생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생의 음악'을 흔히 이때 만나게 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도 10대 시절 음악은 기억하곤 한다. 과학적으로 새로운 음악 취향의 유통기한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 18~20세에 취향은 완성된다.

음악은 그래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구별하는 지표가 된다. BTS(방탄소년단)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격, 나이, 교우관계 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카우보이풍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남부로 이사 간 뒤 데이비드 보위와 비치 보이스를 듣는 친구들에게는 촌스럽다고 놀림을 당했다. 실력 있는 작곡가라면 인간의 지각과 기억에 대한 지식·작곡 지식을 활용해 중독성 있는 '훅(hook)'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을 끄는 음악은 '익숙한 음악'이란 공식에서 나온다. 즉흥 연주로 대표되는 재즈조차도 주요한 익숙한 주제 선율의 변주인 경우가 많다. 뇌와 음악의 메커니즘은 나이를 먹으면 음악에 대한 취향이 고정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새로운 음악을 듣는 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은 청소년기에 쉽게 매혹된다는 점에서 동물의 구애와도 닮았다. 창의성이란 짝짓기의 중요한 요소를 통해 어린 남성은 여성을 유혹한다. 고도로 진화된 사회에서 감정과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음악보다 뛰어난 도구는 없다. 훌륭한 사랑 노래는 언제나 가장 성공적인 구애의 표현이 된다. 저자는 "음악은 인간의 진화가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히트작"이라고 주장한다. 일을 하면서도 음악을 흥얼거리는 당신 또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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