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신들이 약속한 땅' 같은 건 없어..이스라엘 패권주의의 변명일 뿐

이용익 입력 2022. 1.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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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유대인 / 슐로모 산드 지음 / 김승완 옮김 / 사월의책 펴냄 / 3만4000원
예수를 죽게 만든 죄로 고향에서 추방돼 영원히 이방을 떠돌게 된 유랑자들. 그럼에도 2000년을 버텨내고 신이 허락한 고향 땅을 되찾은 뛰어난 민족. 서구권 사회가 유대인과 그들의 나라 이스라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다. 방랑과 고난, 그리고 귀환하는 구조로 이뤄진 이 이야기는 수많은 문학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고된 방랑 속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준다.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역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작 '만들어진 유대인'을 통해 이와 같은 기존의 생각에 의문을 표한다. 그 자신이 유대인이고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 앞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이 그 자체로 기존 정착민을 상대로 한 전쟁과 정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인다는 사실에 반기를 드는 셈이다. 젊은 시절 군에 입대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목격한 후 큰 회의에 빠졌던 저자의 생각이 구현된 이 책은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된 이후 24개 언어로 번역되며 커다란 화제가 됐고 이제 한국에서도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논리가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든다. 구약에 나오는 추방과 유배의 신화들은 애초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출애굽은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고, 로마가 유대인을 강제 추방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결국 오늘날 이스라엘 땅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뿌리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민족은 핏줄이 아닌 정체성의 이야기, 발명된 개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해외에서 유대인이 번성한 것 역시 활발한 포교와 개종의 결과 정도로 풀이된다. 그저 지중해 세계의 원시 다신교문화에 유대교가 빠르게 파고들면서 스스로를 유대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중근동에 있었던 유대교 왕국들이 개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유대인이 늘어났을 뿐이라는 분석 앞에서는 민족, 종교라는 개념의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이렇게 다양한 범주의 인간들을 유대인으로 묶기 위해 공통점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저자는 그러한 시도를 두고도 "홀로코스트를 당한 생존자의 후손들이 유대인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일에 착수한 것은 쓰라린 아이러니"라고 꼬집는다. 딱히 반박하기가 어려운 지적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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