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백혈병 선고 받고..세상 좌절과의 전쟁에 '종군기자'되다

박대의 입력 2022. 1.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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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 술라이커 저우아드 지음 / 신소희 옮김 / 윌북 펴냄 / 1만7800원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것만큼 두려운 순간이 있을까. 인생을 지속할 가능성이 갑자기 낮아졌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앞날을 알 수 없는 막막함에 한없이 무기력해지지 않을까. 약해진 신체가 정신을 지배하고, 쇠약해진 정신이 다시 신체를 허약하게 만드는 부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의 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35%에 불과했다. 프린스턴대학을 갓 졸업하고 종군기자로 살아갈 미래를 꿈꾸며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의 순간이었다.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호전되지 않는 치료가 계속되면서 그의 머리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다.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작용이 남거나 숨이 멎는 것보다 '가능성을 미처 실현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과 같은 슬픈 사연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싶지는 않았다.

그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2012년부터 인터넷에 일기를 올렸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록했다. 꿈꿨던 기자의 인생처럼 그는 자신이 정한 마감시간을 지키며 일기를 썼다.

그는 글을 통해 사람과 연결됐다. 일기는 미국 전역에서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뉴욕타임스나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유력 매체에서도 그의 글을 게재했다. 어느새 그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조금 다른 의미의 '종군기자'가 되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고통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4년간의 투병 생활을 견뎠고, 기적처럼 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을 수 있게 되며 새 삶을 찾았지만 그의 일상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수차례의 화학 요법과 임상시험 속에 당연하게도 몸은 예전 같을 수 없었다. 곁에서 그의 아픔을 함께 견디며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애인도 이어지는 갈등에 그를 떠났다. 병에 걸리기 전에 쌓아둔 인생은 무너졌고, 병이 언제 다시 재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기에 대한 희망을 갖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픔을 함께해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일기를 읽고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뉴욕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을 일주했다. 그가 달린 거리만 1만5000마일(약 2만4140㎞)에 달했다. 첫 편지의 주인공인 사형수 '릴 GQ'를 비롯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불치병 환자, 자살한 아들을 둔 부모 등 자신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다.

그의 20대는 비통하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리고 싶냐'는 릴 GQ의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그는 독자들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나는 내가 아팠던 시간을 지울 생각이 없어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고통을 없었던 일로 하지 않을 거예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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