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야 이긴다? 대선판에 '숏폼'이 뜨는 이유

박성의 기자 2022. 1. 14. 1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싫증내고, 빠르게 몰입하는 MZ세대 자극
李 '탈모 쇼츠' 尹 '59초 공약'..安은 쇼츠로 '저격'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70분 분량 만들어놓고 '알아서 보세요'라고 다가가는 건 무책임하다."

2020년 1월10일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영석 PD는 "방송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TV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나 PD는 "앞으로는 클립 영상처럼 작은 코너를 만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나 PD의 분석은 적중했다. 짧은 영상의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이제 대세가 됐다. 분야는 SNS나 이커머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 대선판에도 '숏폼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길면 보지 않는다'는 예능의 상식이 이제 대선 주자들의 공약 홍보방안까지 바꿔놓는 모양새다.

ⓒ시사저널

놀이 문화에서 이제는 대세가 된 '숏폼'

'숏폼'이란 글자 그대로 짧은 길이의 영상이다. 몇 초 이내의 영상부터 10분 이내의 영상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숏폼이 대세가 된 건 최근이다. 불과 2년 전까지 숏폼은 하나의 '실험'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페이스북에 긴 글을 썼고,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남겼으며, 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다. 그러나 최근 시류가 바뀌었다. 더 짧고, 빠른 숏폼 콘텐츠가 가장 '힙한' 콘텐츠로 분류되고 있다.

숏폼의 유행을 선도한 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다. TV보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가성비'다. 짧은 시간 안에 더 쉽게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한다. 실제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칸타에서 2020년 국내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숏폼의 세로형 영상 콘텐츠가 가로형 영상 콘텐츠 보다 흥미있다는 응답이 17.4%포인트 더 높았다.

숏폼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숏폼 서비스를 시작한 '틱톡'은 2020년 기준 일간 활성 이용자(DAU)가 약 7억 명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인스타그램 숏폼 플랫폼 '릴스'도 기존 앱(app)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기에 12억 이용자를 보유한 유튜브까지 최근 숏폼 시장에 가세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쇼츠 영상 ⓒ유튜브 캡쳐

MZ 잡겠다…대선 주자들 일제히 '숏폼 공약'

다만 숏폼은 '아재들의 감성'과는 맞지 않는 콘텐츠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런 아재들이 가장 많다는 정치권이 숏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MZ세대가 대선의 키를 쥔 캐스팅보터로 부상하면서다.

MZ세대의 마음을 잡는 데 혈안이 된 각당의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숏폼을 활용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감성이 아닌 흥미를 유발하고, 눈물 대신 웃음을 추구하는 강렬하고 짧은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책 공약을 유튜브 쇼츠에서 '이재명의 알랴줌(ZOOM)' 시리즈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쇼츠를 활용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토론도 할 겸 한번 만나시죠?"라고 선전 포고를 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료 적용' 공약을 소개한 이른바 '탈모 쇼츠'로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모든 영상이 1분 안에 끝난다.

윤 후보의 숏폼 콘텐츠는 철저히 2030세대 청년보좌역들이 기획하고 있다. 'MZ가 만들어야 MZ가 본다'는 원칙을 세웠다. 청년보좌역들의 대표 작품은 '59초 공약'이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하는 59초 분량의 공약 영상을 연일 공개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요금 동결, 공영방송 정상화, 체육시설 소득공제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짧은 영상에 담아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숏폼을 '공격 무기'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여야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숏폼 영상을 연달아 게시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토론을 담합했다는 주장을 담은 쇼츠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을 비판하는 쇼츠 영상을 같이 게시했다.

숏폼 영상을 기획하는데 참여했다는 국민의힘 한 20대 비서관은 "사실 또래 친구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그들의 눈높이로 정책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숏폼인 것"이라며 "여야 후보들이 이런 기획에 참여하는 과정 안에서 젊은 유권자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