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시론] 코로나 휴식이 가져온 의외의 현상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2022. 1.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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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왜 미국에서 직장인들이 갑자기 사표를 많이 내고 직장을 떠나는가 하는 문제다.

직장인들이 집단적으로 사표를 내는 현상은 코로나19 이후에 미국 사회에 생긴 아주 기묘한 현상이다.

도대체 왜 미국의 직장인들은 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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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요즘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왜 미국에서 직장인들이 갑자기 사표를 많이 내고 직장을 떠나는가 하는 문제다. 직장인들이 집단적으로 사표를 내는 현상은 코로나19 이후에 미국 사회에 생긴 아주 기묘한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이걸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이라 부르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작년 7월쯤부터 한 달에 400만 명의 근로자가 직장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최근 20년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미국의 인구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으니 퇴사자 숫자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다. 그리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그 퇴사자 숫자는 더 증가해 지난해 11월에는 453만 명의 미국 직장인이 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국 상권이 크게 변하고 있다. 사진은 1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 근에서 직장인이 퇴근하는 모습ⓒ시사저널 임준선

그러다 보니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을 구하느라 난리다. 미국은 매월 구인 건수를 집계해 통계로 발표하는데 현재 구인 건수는 1060만 개가 넘는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경제학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도대체 왜 직장인들이 갑자기, 이 코로나 시국에 사표를 던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직장이 맘에 안 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일각에서는 나이가 많아진 직장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쉬기 시작하면서 '지금 새로 일자리를 구해 봐야 몇 년 하지도 못할 텐데 그냥 조기 은퇴를 하자'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사표를 던지는 직장인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 많고 그들은 현재의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도대체 왜 미국의 직장인들은 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이 의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대체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떠나서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소득에 의지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떠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난소득에 의지해 살아온 최근 2년간의 미국인들의 삶과 본의 아니게 매우 흡사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양식을 보이느냐는 우리가 전혀 몰랐던 질문인데, 요즘 미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 질문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다. 기본소득이 비교적 풍부하게 제공될 때 우리는 어떤 현상을 목도하게 되는가.

미국의 직장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쉬게 되고, 매우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그들에게 많은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왜 미국인들이 사표를 내고 있느냐를 설명할 때 주로 내놓는 설명이 이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아직 못 구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사표를 내는 직장인이 많아지는 것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직원 구하기가 매우 힘든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 현상의 상당 부분은 이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집단적으로 일을 덜 하거나 안 하게 되는 기간을 가질 때 나타나게 되는 집단 현상이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사람들은 더 보람 있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주장과 사람들이 게을러져 오히려 일을 덜할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부딪치고 있는 미국의 최근 현상들이 많은 힌트를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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