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복잡미묘한 관계를 섬세히 풀어낸 게 '킹메이커'의 힘"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화 '킹메이커'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김 전 대통령은 누구나 아는 인물이지만, 엄창록에 대해서는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들이 더 많다. 당시를 기록한 책들에 짧게 등장하는 엄창록은 '선거판의 여우', '흑색선전의 귀재'로 묘사된다.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서창대를 연기한 배우 이선균은 14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그를 찾았는데 왜 정작 스스로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림자로 지내야 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했다.
그는 남과 북이 극한으로 대치하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서창대가 이북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답을 찾았다.
약방을 운영하던 서창대는 처음 김운범(설경구 분)에게 자신을 써달라고 접근하면서 '이북 사투리도 싹 고쳤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이북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건 어쩌지 못한다.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워낙 정보나 기록이 없어 고민됐던 부분도 있었지만, 상상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는 부담이 덜하기도 했죠. 서창대가 계략과 술수를 쓰는 상황은 이미 시나리오에 잘 표현돼 있었기 때문에 충실하게 따르면 됐어요. 처음엔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조금씩 나오면 좋겠다고 감독에게 의견을 냈죠. 출생의 한계라는 약점을 드러내야 그가 그림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일 것 같았어요."
영화는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보이게 됐다. 이선균에게는 첫 정치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대선이 코앞이라 일부 우려도 있는 것 같지만 정치색을 띤 영화는 아니다"라며 "치열한 선거판 안에서의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1960∼1970년대 선거 이야기, 두 인물의 신념과 갈등이 재밌었어요. 선택의 이유는 무엇보다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 설경구와 함께한다는 게 컸어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죠."
그는 "누아르 범죄 영화는 많지만 '불한당'은 스타일 면에서 독특하고 인물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된다"며 "그게 '불한당'의 힘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했다.
"변 감독과 설경구 선배가 술자리에서 큰형과 막내처럼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었어요. 변 감독이 김운범과 처음 반대 의견을 주고받는 서창대 같더라고요. 그 모습을 참고해서 대사 톤도 바꿨죠."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기생충' 이후 극장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부담은 내 몫이 아닌 것 같고, 감사함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행운이고 영광이죠. 하지만 그 끈을 잡고 있으면 안 되고,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제에 참석하고 칭찬받으며 기운을 얻은 게 가장 큰 영향이죠. 한국 영화사 100년에 방점을 찍으면서 또 다른 시작을 만들었잖아요.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작품들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는 현상의 시작이 됐으니 기쁜 일이죠."
이선균은 '기생충' 팀이 수상했던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후보에 오른 '오징어 게임' 팀에 축하 인사와 함께 "굉장히 좋은 샴페인이 많다. 상을 받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즐기시라"고 재치 있는 팁을 전하기도 했다.
"거창한 신념은 없고 '나이가 들어도 편협해지지 말고, 당당하고 쿨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아내(배우 전혜진)와 공유하고 있다"는 그는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처음 해 본 장르의 영화들이 또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서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가 돼요.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역할보다는, '나한테 이걸 왜 줬지?' 싶고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과 역할을 더 만나보고 싶어요. 고민하는 과정이 힘들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겠죠. 잘 늙어가면서 나이에 맞는 역할이면 좋겠네요."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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