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빠가 아빠여서"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 [공연리뷰]

양형모 기자 입력 2022. 1. 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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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병삼(아빠, 이정열)과 주영(딸, 이아진)은 지긋지긋하도록 애틋한 무대 위의 부녀였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소재로 했다는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울지 않는 눈물'이 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정열과 이아진은 알려져 있듯 실제 아빠와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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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이아진 실제 배우 부녀 출연으로 화제
열아홉 살로 돌아간 아빠와 동화작가 지망생 딸
함께 한 마지막 시간, 조금씩 드러나는 연결고리
1월 30일까지 CJ Azit 대학로에서 공연
객석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런 느낌, 얼마만이던가. 데자뷔만 같았다. 이들이 실제 부녀지간이라는 현실을 망각하는 데에는 20분도 길었다. 병삼(아빠, 이정열)과 주영(딸, 이아진)은 지긋지긋하도록 애틋한 무대 위의 부녀였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소재로 했다는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울지 않는 눈물’이 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송곳으로 쿡 찌르지 않고 송곳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을 전달한다. 심지어 이야기는 신선하고, 새롭고, 세련되기까지 하다.

이정열과 이아진은 알려져 있듯 실제 아빠와 딸이다. 진짜 아빠와 딸이 부녀지간을 연기하면 더 쉬울까. 그럴 리 없다. 대본을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본들 이들이 20여 년 간 가족으로 살아온 관계의 구조만큼 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다른 배우들과의 합에 비해 몇 배는 더 힘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면서, 왜 두 사람이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역시 20분도 길었다. 병삼과 주영의 이야기가 이들의 삶과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겠지만, 실재하는 아빠와 딸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결은 다를 것이다. 그것은 ‘살아본’ 자들만의 권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연기는 다름 아닌, 그걸 보여준다.

중견배우 이정열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병삼에게 거부감없이 녹여 놓았고,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연기다. 그는 이미 얼굴 근육 몇 개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캐릭터의 감정변화를 넉넉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이아진의 성장은 더욱 놀랍다. 20대 초반의 이 배우는 ‘나만 잘 하면 된다’의 수준을 어느덧 훌쩍 넘어서 있다.

조연들의 기량은 이 작품의 ‘새로움’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홍준기(시계토끼), 정현우(체셔고양이)도 뛰어나지만 도도새 박혜원의 연기는 이 중에서도 각별히 인상적이다.

고향 부산에서 상경해 하루하루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고 사는 주영은 동화작가 지망생이다. 자신의 대학진학도, 작가가 되겠다는 것도 반대만 했던 아빠는 얼굴도 안 보는 사이가 되었다. 아빠와 이혼한 엄마는 주영에게 아빠의 암이 재발했다는 전화를 하고, 주영은 불편한 심경으로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병원에서도 마주치기만 하면 큰소리가 나는 부녀. 오죽하면 주영은 성질만 버럭버럭 내는 아빠를 증오하며 ‘안 맞아’라는 넘버를 부르는데, 음악과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아 이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다. 넘버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열아홉 살 때 병삼이 쓴 시 ‘밤의 한숨’과 병삼이 죽기 전 부르는 ‘심장에게’의 잔상이 각별히 길다. 이 넘버들은 작곡가 이주희의 솜씨다. 대본은 강보영 작가가 썼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극에서 환상과 현실의 시공간일 뿐만 아니라 1도 맞는 구석이 없어 보이는 이들 부녀의 유일한 연결 포인트가 된다. 주영이 어쩌다 동화작가를 지망하게 되었으며 왜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없게 되었는지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

병삼이 죽음을 맞는 순간의 연출은 통상적이지 않아 좋다. 육신의 죽음을 무수한 나비의 그림자로 처리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찾았다”라는 대사는 “미안하다. 아빠가 아빠여서”와 함께 이 작품에서 가장 울림이 크다.
이 작품은 두고두고 무대에 오르겠지만, 이정열-이아진 조합의 캐스팅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관람’을 넘어 ‘소장’의 각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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