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늦게 찍어서 눈치"..노인들은 마트 대신 재래시장 갔다

김지현 기자, 양윤우 기자 2022. 1.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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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박모씨(78)는 평소에 자주 가던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입구에서 방역패스를 인증해야 입장이 가능했는데, 집에 휴대폰을 깜빡하고 두고 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산책 겸 나왔다 장을 보는 게 습관이 돼서 들어가려고 했더니 직원이 어제(10일)부터 출입할 수 없다고 막아섰다"며 "젊은 사람들이야 항상 휴대폰을 쥐고 다니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한텐 가는 곳마다 방역패스를 인증하는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센터 등에서 서면으로 접종증명서나 접종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누가 따로 알려주지도 않고 무슨 수로 알겠느냐"며 "지난번엔 방역패스 확인 때문에 자꾸 업데이트를 하라고 뭐가 떴는데 그게 안돼서 뒤에 서 있던 젊은 친구한테 부탁했었다"고 했다.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긴장도 돼"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행 이틀째인 11일 오후 대구의 한 백화점 입구에서 한 할머니가 휴대전화 인증 방법을 몰라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합니다. /사진=뉴스1

지난 10일부터 방역당국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면적 3000㎡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도입하면서 일부 고령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은 QR코드 인증을 비교적 수월하게 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이용이 낯선 고령층은 백신패스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부산에 사는 80대 이모씨는 요즘 평소 가던 대형마트 대신 동네에 있는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슈퍼마켓으로 장을 보러가고 있다. 이씨는 "시장이나 작은 점포는 방역패스 없이도 들어갈 수 있어서 편하다"며 "식당이야 자식들이랑 가서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만 혼자서 가면 그럴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재래시장은 현재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다.

이씨는 주변에 친구들 중 방역패스 때문에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생각보다 고령층 중 이런 것(전자예방접종증명)이 안 되는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문자나 전화 정도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안모씨(72)도 "(방역패스를) 확인 할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며 "빨리 실행을 못시키면 주변에서 '늙어서 저러나'라는 시선을 받을까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안씨는 또 "혼자서 마트에 방문하는 손님은 방역패스 없이도 입장시켰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설날인데 방역패스 사용법을 모르거나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떡하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직원들도 '난감'…방역패스 법원 판단은
11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어르신들이 입장하며 직원의 방역패스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방역패스가 적용된 뒤 마트 직원들은 종종 고객들과 입씨름을 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A씨는 "첫날과 이틀째엔 혼선이 엄청났다"며 "특히 고령층 중에서 방역패스 사용법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서 알려드리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고 했다. 일부 손님은 이런 걸 왜 굳이 확인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방역패스를 두고 '무용론'과 '효과성'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조두형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 1023명이 대형마트·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의 판단을 이르면 오늘(14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4일 법원은 학원·독서실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방역패스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고 방역패스의 효과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령층을 상대로 서면으로 접종 증명서를 받는 방법 등을 안내해야 한다"며 "디지털로 할 수 없는 분들은 아날로그로 발급받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생필품을 사야 되는 어르신들이 사지 못하고 당황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스스로 물건을 골라 담는 마트에까지 굳이 방역패스가 적용돼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뒤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마트나 백화점에서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했다는 증거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경우 직원과 손님 간이 아닌 직원들 사이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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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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