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항만·도로개발까지 '사탕 공약'.."전 국토 공사장 될판"

송종호 기자 2022. 1. 14.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대선공약 점검 ⑦지방 대형국책사업]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
인천 간 李 "영종도에 항공산단"
尹은 PK서 "진해신항 조기착공"
재원대책·환경영향 등 고려않고
숙원사업 자극 '票퓰리즘' 남발
이재명(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인천 연수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방문해 전망대에서 박남춘(〃 세 번째) 인천시장 등과 주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역을 방문하며 대규모 개발 사업 공약을 꺼내고 있다. 하나같이 지방 소멸의 위기를 외치며 도로·항만·공항 등 대형 국책 사업을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호남과 영남 등에 가서는 지방을 살리겠다며 공항 설치를 공언하지만 경기·인천을 방문하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연장·신설하겠다는 식이다. GTX 신설이 수도권 교통 환경은 개선시킬 수 있지만 지방 공동화를 더욱 재촉할 수 있어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별 숙원 사업을 자극하는 ‘사탕 공약’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득표 계산에만 골몰한 모습이다.

이 후보는 1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해 인천 공약을 발표했다. 영종도에 항공 산업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수도권 매립지에 바이오 가스 등 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수도권 GTX D노선의 조기 추진과 제2경인고속도로 연장도 내세웠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돌아선 서울 민심을 잡기 위해 전날에는 용적률 500% 상향 카드를 내밀었다.

나흘 전 먼저 인천을 방문한 윤 후보는 GTX E노선의 신설을 주장했다. 영종·청라·검암~김포공항~구리~남양주까지 노선을 추가해 수도권 북부를 동서 방향으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다. 하루 동안 윤 후보는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 지하화 △제2 의료원 및 국립대학병원 유치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이틀 뒤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순환 노선인 GTX F노선을 추가했다.

이·윤 후보의 공약들이 실현된다면 수도권뿐 아니라 전 국토가 공사장이 될 만큼 전방위적인 개발 공약들이 즐비하다. 더구나 이런 개발 공약들의 재원 방안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등 외부적인 요인은 검토도 되지 않아 어렵사리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개발 초반에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가 경선 당시 공언한 전북 지역의 새만금공항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받았지만 사업이 진척되지 않자 이 후보가 조기 착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북의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계산이지만 새만금공항은 현재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주변 갯벌에 멸종 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해 황새·흰발농게·금개구리 등 30여 종의 법정 보호종이 있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에서 환경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런 곳에 재차 공항 건설을 언급한 것 자체가 선거용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남에서는 흑산도 소형 공항, 대구·경북(TK)에서는 울릉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회관에서 기업협의회와 간담회를 한 후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 역시 도로·항만·공항 건설을 빼놓지 않았다. 충청권에 대전~세종~청주를 잇는 광역철도를 놓고 청주공항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14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PK)을 방문한 윤 후보는 “진해신항을 조기 착공해 세계 톱3 스마트 허브 항만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 후보의 PK 공약도 부산항 2단계 항만 재개발 사업, 울산 도시철도 지원,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됐다. 두 후보가 지역 숙원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다 보니 겹치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교통망 확충이나 가덕도신공항 조기 건설, 경인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자기 공약이라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특히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인해 ‘묻지 마’ 개발 중심의 공약이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자체별로 지역 현안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후보에게 건의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지자체장들로서는 지역 현안을 대선 공약으로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선거의 승패를 가름하는 잣대가 되는 셈이다.

지방 정치 연구 전문가인 서재권 부산대 교수는 “보수당 후보인 윤 후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이 후보의 개발 공약을 당해내지 못하며 너도나도 ‘묻지 마’식 공약만 쏟아내는 실정”이라며 “선거 공학적인 입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지만 선대위 차원에 지방분권과 관련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와 같이 장기 로드맵이 없는 개발 위주의 공약은 난개발 수준이라는 얘기다. 서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선거 당시에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이야기했지만 이후 성과는 없었다”며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달콤한 개발 공약들로는 지방의 균형 발전과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창원=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