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비밀병기"

방성훈 2022. 1.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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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공 전략, 글로벌 시장 확대 밑거름될 것"
초기 한국 진출시 높은 장벽 가로막혀 실패 거듭
외면 콘텐츠 발굴·인재 영입 전략 전환후 잇단 '대박'
500만 가입자의 힘.."이젠 서로 함께 일하고 싶어해"
한국에 10억달러 투자..아태 진출 발판 기대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신규 가입자가 절실한 넷플릭스에게 있어 한국은 비밀 병기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마이네임, 헬하운드(지옥), 연모 등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게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은 작년 9월 17일 공개된 이후 4주 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가 됐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마이네임까지 덩달아 작년 10월 11일 주간 비영어권 콘텐츠 순위 10위에 진입했다.

바로 다음 주엔 연모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11월 15일엔 지옥이 오징어게임을 제치고 비영어권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됐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오징어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히트시켰는지 등 한국에서 성공하게 된 과정에 주목했다.

넷플리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순탄하게 시작하지 않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발이 넓고 경험이 풍부하며 유능한 현지 인사를 고용하고, 전 세계를 아우를 콘텐츠를 발굴해 내는 꾸준한 노력 덕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나아가 경쟁이 치열해진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에서 “한국에서 체득한 모멘텀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향후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스트리밍 업체가, 그것도 갓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인지도가 없는 업체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국의 기존 콘텐츠 산업 업계 장벽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일부 감독이나 작가, 배우들은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작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에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넷플릭스가 호기롭게 자체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 등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반면 기존 콘텐츠 제작 업체들의 한국 드라마는 케이팝 열풍과 더불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사들이 채택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주로 사회적 금기 또는 자체 규정 등을 이유로 제작을 포기한 작품들이 대상이 됐다. 이는 넷플릭스가 공영 방송이 아닌 사설·유료 서비스였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그 결과 김은희 작가가 5년 간 방송국들로부터 제작을 거부 당한 조선 시대 좀비물 킹덤이 첫 ‘대박’을 쳤다. 킹덤의 히트를 계기로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대우도 호의적으로 변했다. 오징어게임 역시 황동혁 감독이 무려 10년 동안 투자자를 찾아 헤맸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 유망 인사를 적극 채용·영입한 것도 주된 성공 전략 중 하나로 꼽혔다. 대표적인 인물이 킹덤을 발굴하는 도중에 끌어들인 김민영 아시아·태평양(인도 제외) 총괄이다. 그는 트위터 한국사무소·CJ ENM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같은 CJ ENM 출신인 강동한 총괄 영입에도 기여했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CJ ENM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독점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사랑의 불시착, 싸이코지만 괜찮아 등 국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게 됐다.

한국은 이제 호주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넷플릭스 시장이 됐고, 한국 내 넷플릭스의 위상이나 입지도 뒤집혔다. 넷플릭스는 2020년 3억 5600만달러의 매출을 보고하며 한국에서 첫 연간 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500만명이 넘는다. 이에 “넷플릭스와 작업하고 싶다는 프로듀서들이 사무실 바깥까지 줄을 설 정도”라고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또 한국 콘텐츠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미국 이외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넷플릭스에게 남아 있는 블루오션 중 한 곳으로, 이 지역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한국 드라마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스트리밍 업계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넷플릭스 역시 적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해 9월 기준 전세계 2억 13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회사 경영진은 5억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장애물이 적지 않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식 시나리오를 따르면 된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기존) 시장 저항이 크더라도 노력과 실험을 지속하면 전세계적인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을 한국에서 배웠다”고 평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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