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있는 거냐"..자영업자들, 계속되는 영업제한에 '울분'

최대호 기자,임용우 기자,한상희 기자 2022. 1.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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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6인·9시' 3주 연장에 "희망 놓으련다" 체념도
14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텅빈 음식점에서 식당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정부가 현재 4명까지 허용되는 사적모임 인원을 6명으로 늘리고,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2022.1.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임용우 기자,한상희 기자 = "3주 후 (거리두기) 풀린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나마 기대했던 연말연시마저 다 포기했는데, 대체 언제까지 희생해야 합니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더는 버틸수가 없습니다."

14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침을 뉴스를 통해 접한 A씨의 표정에는 분노와 상실이 교차했다.

15년째 경기 수원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버틸만큼 버텼다. 작년 여름에 (장사를)접었어야 했는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희망에 그러질 못했다"며 "살려고 버둥댈수록 빚만 늘었다. 정부를 믿었던 내가 미련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다음 주부터 사적모임 제한인원을 6인으로 완화했지만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유지하자 전국의 자영업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B씨는 "6인이나 4인이나"라며 "이럴 줄 알았다. 영업시간을 늘려줘야지 사적모임 인원을 완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C씨는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면 확진자가 지금보다 몇배는 많아질 텐데 3주 이후에도 거리두기는 절대 안 풀릴 것"이라며 "그냥 희망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제 포기하고 지원금이랑 대출 나오면 그거 받으며 살려고 한다"는 심경을 전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D씨도 "오후 9시 영업금지면 2차집은 끝이다"라며 "평소 잘 된다는 1~2위 동네 고깃집이 이제 평일엔 문을 닫고 주말만 한다고 하더라. 어느 때보다 정말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충남 태안의 식당 업주 E씨는 "허용인원이 2명 늘어나는 것으로는 체감이 크지 않다"며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손님들을 기대했는데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여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여전하다.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는 한목소리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방침을 문제삼았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 공동대표는 "마감을 하려면 오후 8시 이후로는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면서 "특히 호프집, 꼬치집, 소주방, 선술집 등 2차 손님을 주로 받는 곳은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중심가는 그래도 버티고 있지만 교외나 변두리상권, 지방상권은 초토화된 상태"라면서 "총리 면담에서 인원제한과 영업시간 중 급한 건 영업시간 연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이렇게 영업시간이 동결되니 실망감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경기석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도 "최소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했다"며 "시간제한을 밤 9시로 하고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조금 늘리는 건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방적 희생만 강요되고 있다"면서 100% 온전한 손실보상을 촉구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큰 실망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방역과 경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영업제한 종료 기한과 단계적 완화 방침에 대해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일부 시민들은 '자유 박탈'을 호소했다.

직장인 천모씨(35)는 "3년째 명절에 고향을 가지 못하고 있다. 자유를 느끼려고 하면 다시 옥죄어 오는 것 같다"며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일부 사람들을 볼 때면 잘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29)는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등을 동시에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껴진다"며 "장시간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됐지만, 수도권 등에서는 여전히 집단감염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은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 교수는 "거리두기를 더 연장하면 그 효과가 둔화한다"며 "더 이상 확진자 수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는 거리두기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위드코로나' 전략에 적합한 바이러스"라며 "중증도가 낮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풀고 일상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내달 6일까지 3주 동안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사적모임 인원 4명 제한 조치는 6명으로 늘렸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 완화조치만을 기다리며 지난 한 달간 힘겹게 버텨주고 계신 소상공인·자영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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