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던진 투수가 아프지도 않은데 은퇴라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몸이 많이 좋아졌더라.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
이강철 kt 감독은 2021년 시즌 중반 당시 팀 불펜에서 잊히고 있었던 이대은(33)에 대한 질문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대은은 2020년 12월 팔꿈치에 돌아다니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인대접합수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활까지 4~5개월이 필요한 수술이었고, 자연히 kt의 개막 구상에서는 지워졌다.
이대은 없이도 잘 나가고 있었던 kt 불펜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대은의 복귀에 신중하면서도 나름 기대치가 있는 듯했다. 불펜은 전력이 매해 다르다. 전년에 잘했다고 해서 그 다음해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 보직이기도 하다.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후반기에 들어와 불펜 한 자리를 차지해준다면 kt로서는 없던 전력이 가세하는 셈이니 나쁠 게 없었다.
이대은으로서도 나름의 승부수였다. 2020년 팀의 개막 마무리로 시작한 이대은은 구위 저하 속에 결국 마무리 자리를 내놓고 허송세월했다. 팔꿈치 통증 탓에 구위가 뚝 떨어졌다. 앞으로의 선수 경력을 내다본 수술 결정이었다. 옳은 방향인 듯했다. 이대은은 후반기 돌아와 좋았을 때 구위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31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며 3승2패1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선전했다.
무엇보다 구속이 뚜렷하게 올랐다. 평균은 아니지만 최고 구속이 150㎞를 넘거나 그에 근접하는 경기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울지 모른다. 이강철 kt 감독은 13일 이대은의 전격적인 은퇴 발표가 난 뒤 “혹시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지난해 후반기 구위를 보시지 않았나”라면서 “올해도 불펜 구상에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팔꿈치 수술 이후 구위가 회복 중이었고, 올해도 팀 불펜 구상에 있었다. 선수로서는 의욕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런데 이대은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구단과 선수 측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논평을 삼가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추측이 나오지만, 확실한 건 부상이나 팀 내 불화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대은은 이번 오프시즌 들어서 구단에 은퇴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순간 감정에 휩싸여 내린 결정이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구단은 당연히 말렸지만, 선수의 의견을 꺾을 수는 없었다. 선수가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데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마음이 변하길 기다렸으나 이대은의 뜻은 확고했다. 모든 것이 결정된 뒤 이대은은 13일 구단 측에서 요청한 은퇴 배경 설명을 텍스트로 보내며 작별을 고했다.
수술까지 받으며 의욕을 불태운 선수의 은퇴 배경에는 결국 불확실한 미래와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구단 안팎에서 나온다. 해외 유턴파 출신인 이대은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까지 한참이 더 남았다.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FA 자격을 얻는다. 당분간은 큰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다른 방면의 확신이 있다면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일찍 전직하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 거론되는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사업 등 다른 방면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 굴곡진 현역을 보내면서 알게 모르게 야구로 상처를 많이 받았던 이대은이다. 야구인으로서의 삶과 다른 삶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라는 게 이대은의 지난 세월을 잘 아는 구단 내부의 평가다. 구단과 팬들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임이 분명했지만, 이대은은 끝내 유니폼을 벗는 것을 선택했다.
이대은 또한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선택의 득실은 앞으로의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어쨌든 지금 확실한 건 이대은은 그라운드를 떠났고, kt는 그 이대은의 공백을 메울 다른 투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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