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쿠바 미사일 재배치" 으름장에 美 "단호하게 대응할 것"

美고위당국자 "러시아에 엄포에 대응하지 않을 것"
랴브코프 차관 "美 압박 거세지면 군사 인프라 배치 배제 안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원태성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등 서방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미·러 관계가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엄포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협이 현실화되면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하는 등 양국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의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과의 회담이 결렬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우리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파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협상을 이끈 인물이다. 양국간 회담과 지난 12일 나토와 러시아간 회담에 이어 이날 OSCE에서도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고 이것이 실현될지 여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도발과 군사 압박 강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군사 기술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여러차례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랴브코프 차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고위 관리가 러시아군의 쿠바 등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과거 냉전 시기 러시아가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고, 터키에서 미사일 기지를 제거하기로 않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는 쿠바에서 자국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동의하면서 사태는 겨우 수습됐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과 나토의 러시안 영토 인근에서 군사 훈련은 매우 불안정하다며 미국의 전략 폭격기가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우로 날아갔다고 했다. 그는 "동부나 서부 해안 미군 기지에서 우리 폭격기가 15㎞ 이내로 비행하면 미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거 반문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엄포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러시아의 실제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러시아가 쿠바 등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을 수용하면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안보 협상 이후 러시아가 전달한 안전보장 문서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을 재개할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에게 원하는 것은 구두 성명이나 논평이 아닌 종이 문서라며 이를 받아들일 경우 언제든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