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2' 결합 3년 만에 좌초..'플랜B' 찾아 나서야

오원석 기자 2022. 1.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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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출했던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습니다. 유럽연합이 두 기업의 결합을 불허한 데 따른 것으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조선업 체질 개선 계획이 무산된 셈입니다. 정부와 두 기업은 '플랜B' 찾기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14일 공정위는 "전날 EU 경쟁 당국의 금지 결정으로 사실상 이들 회사가 본건 기업결합을 계속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제출했으므로 계약 종결을 확인하는 대로 사건절차 규칙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U가 두 기업의 결합을 반대한 이유는 독과점 때문입니다. 지난해 두 기업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액은 전 세계 조선업계 87%에 해당합니다. 두 기업의 결합이 유럽지역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깔린 셈입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기업결합부문 수석부사장은 성명에서 "대형 LNG 선박은 LNG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고, (두 기업의) 합병으로 인해 LNG를 운반하는 대형 선박 공급업체 수가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습니다.

3년간 이어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가 최종 좌초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다음 계획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이달 중으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EU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등의 방법이 거론됩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EU의 결정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원점에서 다른 매수자를 찾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엔 조건이 있습니다. EU의 이번 불승인 결정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과 같은 조선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으로 매각하는 일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산은은 이미 2009년 한화그룹 등과 매각 협상을 벌인 바 있으나 불발된 경험이 있습니다. 조선업계가 아니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일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긍정적인 예측도 나옵니다. 조선업 분위기가 매각을 추진하던 2019년과 달라진 덕분입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조선업의 20~30년 빅사이클에서 지금은 회복하는 시기"라며 "친환경 이슈에 따른 조선업 발주량 증대와 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에너지의 한 축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에 인수 의향을 내비칠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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