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선거 추경'

세종=박성우 기자 입력 2022. 1. 14. 15:01 수정 2022. 1.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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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그간 여당의 추경 요구에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신속하게 다음 주 편성해서, 1월 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은 다음달 15일 공식 선거운동일 전날인 14일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을 “선거를 앞두고 매표성 돈풀기”라고 비판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여당과 정부가 대규모 선거를 앞두고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 전국에 뿌린 것은 벌써 세번째다. 재난지원금 14조3000억 원을 나눠준 2020년 총선 무렵의 추경과 나랏빚을 10조 원까지 내가며 15조 원 규모로 편성한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 추경이 대표적이다. 재보궐선거 추경은 지난해 4월 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에 추경이 국회에 통과됐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경 예산이라도 편성해서 정부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매번 대형 선거가 있을 때 마다 추경이 편성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피해 지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조(兆) 단위 나랏돈으로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매표(買票)하려는 불공정행위라는 의심이 든다. 여당을 향해 ‘돈 살포 선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이번 추경이 통과되면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추경은 총 10번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추경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 예산 규모로는 9차례 추경을 통해 세 정권을 합친 80조원보다 60조원 많은 140조원을 쏟아냈다. 이번 추경의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돼,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나랏빚(국가채무) 1000조, 국가채무비율 50%를 넘어서는 나라 곳간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이번 추경으로 쓰겠다는 ‘14조원’도 참 기가막힌 숫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정부의 초과세수는 9조1000억원이다. 아직 12월 국세수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2020년 12월 세수가 17조7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초과세수는 26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약 40%가 지방교부세·지방교육교부금 등으로 이전 되면서, 정부가 추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15조원쯤이 된다. 사실상 초과세수를 탈탈 털어 쓰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기재부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피해 보상을 할 때마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안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충분한 지원에 소극적으로 대했다. 수십조원의 나랏돈이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투입됐지만, 정작 지원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몇 달 치 임대료도 안되는 돈이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 민심은 험악해졌고, 선거가 있을 때마다 표(票)퓰리즘에 혈안이 된 민주당이 정부에 추경을 요구하는 자양분이 마련됐다.

소상공인 지원에 뜨뜻미지근한 정부는 엉뚱하게도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용카드 소비를 늘리면 10만원 가량을 세금으로 캐시백 해주는 소비촉진책을 시행했고, 작년 연말에 국민들에게 칭찬받은 베스트 정책이라고 홍보하는 추태를 부렸다. 그래 놓고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추경을 하게 되는 꼴이 됐다.

오는 19일이면 코로나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지 2년이 된다. 그간 ‘확산→거리두기→재확산’이 반복되면서 민심은 폭발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도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제한인원·시간이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기재부의 안일함에 인천의 한 커피숍 사장은 10억원 적자에 영업제한을 거부하고 24시간 영업을 선언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들은 “장사하면 죄인인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선거용 추경이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전직 총리 출신 여당 원로 정치인의 말은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이게 민주당의 나라냐’라는 말이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2년을 ‘그낭 하던대로’만 외치며 허송세월한 기재부를 보면, ‘기재부 해체론’을 외친 어느 정치인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기재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박성우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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