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국민의힘 항의 방문에 "언론 재갈물리기 중단하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MBC ‘스트레이트’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14일 국민의힘 항의방문에 대해 언론 ‘재갈 물리기’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에는 언론사의 ‘성역 없는 취재’를 보장하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라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무엇이 두려워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며 “대통령 후보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영부인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배정돼 있는 자리일 뿐 아니라 외교 무대에서는 국가적 상징이며 배우자 검증은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과도 직결돼 있다”며 “비록 그 검증 수단이 후보 배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이라 하더라도, 발언 내용 가운데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겐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MBC에 항의방문을 하며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등과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앞서 김건희 씨는 오는 16일 방송예정인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 내용이 김씨의 인격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보도가 예정대로 방송될 경우 MBC로부터 1억원을 지급받게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등 국회의원 수십명이 MBC에 항의방문을 하기도 했다.
원내대표단은 이들의 방문을 저지하려는 시민들 속에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오전 11시 MBC 사옥 로비에 들어섰고, MBC 조합원들이 막아서며 대치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공정한 방송에 항의하러 온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이에 대해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제1야당 원내대표가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방송국을 방문해 항의하는 것은 사전 검열 행위와 다름 없으며 엄연히 법으로 금지돼 있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헌법과 방송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편성권 독립을 무시하며 CBS, YTN에 이어 MBC까지 잇따라 찾아와 항의하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보도의 공정성을 논하려면 보도가 나간 뒤 해당 내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고, 만일 보도가 불공정하다면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고발조치 등 제재 수단이 얼마든지 있으며 보도 전 행하는 정치권의 압력 행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결과를 기다렸다가 따르면 될 일이고 원내대표가 방송 검열에 나설 일이 아니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자신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막지 말라”고 했고, 윤창현 위원장이 “헌법과 방송법을 다시 한번 공부하고 오시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오전 11시11분쯤 김기현, 추경호, 박성중 의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장실로 이동했고 이들은 11시29분쯤 로비로 다시 내려왔다.
14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MBC에 항의방문을 하며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등과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MBC본부는 성명에서 “사법부는 언론사의 ‘성역 없는 취재’ 보장하고 가처분 신청 기각하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MBC본부는 “서울서부지법에서 조금 전 ‘스트레이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열렸다. 제작진은 재판부가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든 사법부의 결정에 승복하고 따른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언론의 자유와 명예훼손이 충돌할 때에는 명예훼손이라 주장하는 자가 공인인지 여부와 표현의 내용이 공적인 주제인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김건희 씨는 남편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된 순간부터 이미 공인이며, 보도 내용이 공적인 주제를 다루는지 여부는 방송을 막아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이에 따라 “‘스트레이트’ 보도 내용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되 공개된 생각들이 국민의 지지와 반대를 거치며 자연스레 흥하고 쇠하도록 두는 것이 올바르다”며 “누구도 보도 내용을 미리 재단하여 방송 자체를 막아설 수 없다. 사법부는 미래 권력에 대한 언론의 성역 없는 취재를 보장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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