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북소리가 들린다"..꼬일대로 꼬여버린 우크라이나 사태
러 외무차관 "러-서방 협상 이제 막다른 골목"
불안 고조에 러-우크라 통화 '동반 하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경 지역에 대규모 군사 배치를 강행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과의 ‘빈손 회동’이 이어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의 셈법이 제각각 다른 상황에서 긴장 완화책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시장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진 결과다.
러시아와 미국 등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57개 회원국 대사들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설이사회를 열고 긴장 완화 해법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주재 미국 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정치적 수사들은 더 날카로워졌다”고 했다. 알렉산더 루카세비치 OSCE 주재 러시아 대사도 “무의미한 의견 교환 수준이 반복됐고 굉장히 실망스러운 상태”라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앞으로 며칠 안에 다시 모여 같은 주제의 토론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러시아와 서방 간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했다.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회담을 시작으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만난 데 이어 이날까지 연속으로 협상에 임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제네바와 브뤼셀에서 열린 회담이 러시아의 안보 요구를 수용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힌 직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3% 가까이 하락한 달러 대비 76.5루블에 근접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엑스(모스크바 증권거래소) 러시아 주가지수는 하루 만에 4.1% 떨어져 2020년 4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맞이했다고 FT는 전했다.
또 러시아 10년물 국채 가격은 1.8% 하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9% 이상 올랐다. 동시에 러시아와 최대 긴장 상태에 놓인 우크라이나 통화 ‘흐리우냐 ‘의 달러 대비 가치도 0.5% 하락했다. 이에 따라 흐리우냐 가치는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2032년 9월 만기인 달러 표시 채권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후 최저치인 달러 대비 5% 떨어진 83센트에 거래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미국과 서방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채권 가격과 통화 가치가 최근 몇 달간 후퇴했다”며 “잇단 회담 실패에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아 시장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외무차관의 ‘막다른 골목’ 발언과 회담 결렬 직후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기원인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에서 러시아를 배제해 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과거 소비에트연방 제국의 부활을 노리는 러시아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유럽 대륙 내 미·러의 팽창을 견제하며 힘겨루기에 나선 유럽의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독자적인 논의를 모색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나토 비(非)회원국으로서 타국 간 협상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에 3단계 신뢰 구축 방안 등 10가지 계획을 직접 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지역의 자치를 인정하되 이 지역의 자국 대리인이 중앙정부의 외교적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관련 거부권을 러시아에 주지 않을 거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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