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서 창피할까 봐"..사기 혐의 변호사 밀실 재판한 판사

오미란 기자 입력 2022. 1.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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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변호사를 비호하는 차원에서 직권으로 '밀실 재판'을 진행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지법에서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A판사(사법연수원 33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10분 제주지법 제202호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인 겸 변호사 B씨(사법연수원 29기)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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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공판 시간 앞당기고 직권으로 '비공개' 전환
직권 남용 해석도..제주지법 "재발 막겠다" 사과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2022.1.14/뉴스1© 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변호사를 비호하는 차원에서 직권으로 '밀실 재판'을 진행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지법에서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A판사(사법연수원 33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10분 제주지법 제202호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인 겸 변호사 B씨(사법연수원 29기)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A판사는 통상 화요일의 경우 오후 1시30분부터 10분 단위로 적게는 5개 사건, 많게는 10개 사건을 묶어 선고공판을 진행하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20분 일찍 법정을 열고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별도로 진행했다.

이 뿐 아니라 A판사는 개정 직전 해당 선고공판을 비공개로 전환해 법정 안에 있던 모든 방청인들을 퇴정시켰다.

당시 법정경위는 "재판장 직권(소송지휘권)에 따른 결정"이라며 지시에 따르도록 했다.

그렇게 '밀실 재판'으로 진행된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5분 만에 끝났다. 그 덕에 B씨는 나홀로 재판을 받은 뒤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헌법은 형사피고인에게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기본권으로 보장됨을 선언하고 있고, 또 법원에 대해서도 모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과 법원조직법도 이 같은 헌법 정신에 따라 재판 공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2022.1.14/뉴스1© 뉴스1

헌법과 두 법률에 근거해 법원이 재판을 비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심리 시 국가의 안전보장·안녕 질서·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피해자 증인신문 시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뿐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A판사의 비공개 재판 결정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비공개 재판을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했다면 이는 당연히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이게 가능하다면 정말 교과서에 실릴 만한 수준"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나 제주지법은 이번 A판사의 직권 행사에 대해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A판사를 대신해 "피고인이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변호사라서 다른 피고인들과 나란히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선고공판 만이라도 덜 창피하게 하자는 약간의 측은함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이 제주지법 관계자는 사과의 뜻과 함께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B씨는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지인인 피해자를 속여 2019년 해당 지인으로부터 2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A판사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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