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피해 막으려 조종간 놓지 않았다' 심정민 소령 영결식
[경향신문]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29)의 영결식이 14일 경기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열렸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수원 공군기지 체육관에서 유족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들과 부대 장병들, 서욱 국방부 장관,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졌다.
고인의 소속부대장인 박대준 비행단장은 조사에서 “고 심정민 소령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며 “고인은 아끼고 사랑하던 전투기와 함께 무사귀환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뒤로한 채 조국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별이 되고 말았다”고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공군사관학교 동기회장인 김상래 대위는 추도사에서 “우리 중 너의 밝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너처럼 우리도 남은 몫까지 다하겠다”며 울먹였다.
결혼 1년차의 신혼에 남편을 잃은 부인은 영결식 내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여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심 소령이 조종하던 F-5E는 지난 11일 오후 1시43분쯤 수원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하던 중 항공기 좌우 엔진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기체가 급강하했다.
당시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션’(Ejection·탈출)을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전투기는 30여가구가 모여 있는 마을과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심 소령은 부서진 전투기 동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은 심 소령이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야산 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비상탈출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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