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첼시 상대로 무기력한 패배' 콘테의 토트넘, 정말 역부족인가?

정지훈 기자 2022. 1.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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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Richard Jolly]


토트넘은 지난 13일 2021-22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준결승 2차전에서 첼시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합산 스코어 0-3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지난 1차전 패배 이후 토트넘과 첼시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토트넘을 과거 콘테 감독이 지휘했던 2016~2018년 첼시와 비교하면 어떤가?


콘테 감독은 불같은 성격과 화끈한 인터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EFL컵 준결승 1차전 패배 이후 "토트넘은 중위권 팀이다. 지난 몇 년간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고작 이적시장 한 번으로 나아질 수준이 아니다"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인터뷰 당시 토트넘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TOP4에 승점 2점 뒤진 6위였다. 물론 1위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20점, 20위 노리치 시티와 승점 23점 차이로 산술적으로는 중간 지점에 가깝긴 하다. 하지만 중위권에 대한 콘테 감독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실제로 콘테 감독은 과거 또 다른 '중위권' 팀의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그가 부임할 당시 첼시는 직전 시즌을 리그 10위라는 성적으로 마감한 뒤였다. 첼시는 조세 무리뉴 감독의 2기 시절 '무리뉴 2년차' 매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바로 다음 시즌인 2015-16시즌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부임한 콘테 감독은 2015-16시즌보다 무려 승점 43점 높은 성적으로 첼시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첼시는 중위권 팀이 아니었다. 이미 2014-15시즌 EPL 우승,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진출, 2012-13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2011-12시즌 UCL 우승 등 엄청난 위상을 떨치고 있었다. 특히 1996-97시즌 이후 2015-16시즌 소방수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첼시를 10위에 앉혀 놓기 전까지 단 한 번도 TOP6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콘테 감독이 물려받은 스쿼드에는 2014-15시즌 리그 우승 멤버였던 디에고 코스타, 게리 케이힐, 티보 쿠르투아 등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2012-13 UCL 우승 멤버였던 다비드 루이스를 파리 생제르맹(PSG)으로부터 다시 영입했고 2015-16시즌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을 이끈 은골로 캉테를 영입했다. 윌리안과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교체 출전 빈도가 늘어날 정도로 스쿼드 뎁스가 두터웠다.


지난주 콘테 감독의 비관적인 인터뷰는 1월 이적시장을 염두에 두고 나온 작심 발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토트넘은 앞선 두 시즌 동안 각각 6위와 7위에 머물렀으며 지난해 11월, 8위까지 추락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토트넘의 부진은 2018-19시즌 UCL 준우승의 감동에 가려졌다. 2016-17시즌 승점 86점으로 콘테 감독의 첼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으나 2018-19시즌 승점 71점으로 4위를 기록했고 그다음 시즌 승점은 각각 59점, 62점에 그쳤다. 이번 시즌 누누 감독이 경질당할 당시 토트넘은 리그 10경기에서 5승 5패로 처참한 성적을 냈다. 그 양상대로라면 리그 38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승점은 57점에 불과했다.


콘테 감독은 과거 첼시에서 수준 높은 선수단을 물려받았다. 정예 멤버에 가려져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이 없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와 빅터 모제스까지도 좌우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부활했다. 그러나 현재 토트넘의 정상급 자원은 위고 요리스, 손흥민, 해리 케인이 전부다. 심지어 케인은 부진을 거듭하며 예전만 한 득점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리그 베스트 수비수로 선정된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데려왔지만, 임대 이적으로 아직 완전한 토트넘 소속은 아니다.


한편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첼시를 이끌던 콘테 감독 역시 이들을 상대한 전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핵심 선수였던 무사 뎀벨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대니 로즈는 나이를 이유로 팀을 떠났고 카일 워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우승을 위해 이적을 택했다. 팀에 남은 델레 알리는 최악의 부진을 이어갔고 알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에릭 다이어와 해리 윙크스 역시 폼을 잃었다. 또한, 루카스 모우라마저 아쉬운 득점력을 보이는 상태다.


여기에 새로 영입된 스티븐 베르바인은 단 한 번도 기대에 부응한 적이 없다. 입단 당시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했던 탕귀 은돔벨레와 지오바니 로 셀소는 몸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활약으로 후임 감독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에메르송 로얄의 경우 파이널 서드에서의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부정확한 크로스를 연발하며 공격 과정의 맥을 끊고 있다.


최근 콘테 감독은 첼시에서 사용했던 3-4-3 포메이션을 토트넘에 녹여냈다. 이로써 두 팀의 비교는 한층 쉬워졌다. 단적인 예로 두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해 보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토트넘 선수는 몇 없다. 이전 폼을 되찾는다는 가정하에 케인, 알론소보다는 올라운더 유형에 가까운 세르히온 레길론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지난 EFL컵 준결승전에서 토트넘이 첼시에 완패를 당하자 콘테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체티노 감독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 감독이었지만 토트넘이 이를 거절한 반면, 콘테 감독은 토트넘이 원했지만 단기적인 성향이 강한 감독이다. 게다가 현재 첼시는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과거 콘테 감독이 사용하던 3-4-3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 팀간 투자 규모의 차이도 상당하다. 투자 금액만 놓고 봤을 때 토트넘은 절대 TOP4를 목표로 하는 팀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콘테 감독이 발전을 이뤄내는 감독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잉글랜드 무대를 밟자마자 디펜딩 챔피언인 레스터 시티에 도전장을 내밀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시즌 초반 저조한 경기력과 꾸역승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으나 결국 구단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며 우승 타이틀을 가져왔다. 그러니 현재의 부진을 대단원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번역=유다현 에디터


사진=게티이미지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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