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보물 이어 국보도 경매에 내놨다..국보 경매는 처음
[경향신문]
코로나 부담 구조조정
금동삼존불감 등 경매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이 경매에 나왔다. 국보의 경매 출품은 처음이다. 간송미술관은 앞서 보물을 경매에 낸 적이 있다. 간송미술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운영 부담 등을 해소하려 국보를 팔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엔 국보 ‘훈민정음해례본’ 한정판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간송미술관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국보 2점 매각을 진행하려 한다. 구조조정을 위한 소장품의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다시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알렸다. 간송미술관은 재정압박·운영부담 가중, 보화각 보존공사, 새 미술관 건립 등을 매각 이유로 들었다.
간송미술관은 “2013년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려 재단을 설립한 이후 대중적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운영비용이 발생하여 재정적 압박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화예술계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간송의 운영 부담도 더욱 가중되었다”고 적었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5월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 불상 2점을 각각 15억 원에 경매에 올렸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두 점을 30억 원에 사들여 국유 문화재가 됐다.
여러 사업도 국보 매각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간송미술관은 문화재청·서울시와 함께 다목적 신축 수장고도 올해 초 개관 목표로 짓고 있다. 1938년 간송 전형필이 설립한 미술관 전신인 서울 성북동 소재 보화각(국가 등록문화재) 보존공사도 올해 시작한다. 대구 간송미술관도 1월 착공한다.
간송미술관은 지난해 7월 국보인 ‘훈민정음해례본’을 100개의 NFT로 만들어 개당 1억 원에 발행했다. 당시에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국가 문화재의 상업화 문제와 함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사립 미술관·박물관 문제도 불거졌다.
간송미술관은 미술관을 상징해온 서화와 도자, 전적(典籍)에 집중하려 불교 관련 유물들을 경매에 내놓는다고 했다. ‘금동삼존불감’은 사찰 내부 불전을 축소한 모양이다. 불감(佛龕)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쇠 등을 깎아 실제 건축물보다 작은 규모로 만든 것이다. 보통 5~20㎝ 크기다. ‘금동삼존불감’은 18㎝다. 제작 시기는 11~12세기(추정)다. ‘국보 제73호’였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국보 제72호’였다. 17.7cm 높이의 이 입상은 563년 만들어졌다. 작품 광배(光背) 뒷면에는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라는 이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금동삼존불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護身佛)로 널리 퍼졌다. 15~27일 경매 프리뷰가 열린다. 무료다. 케이옥션(02-3479-8888)에서 예약해야 한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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