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정상 공약' 드문 대선 퇴행

박정민 기자 2022. 1.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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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판이 점입가경이다.

'2월 추가경정예산'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퍼주기 공약을 넘어 '사병 월급 200만 원' '확률형 게임 아이템 정보공개' 등 말장난 같은 공약들이 '생활밀착형'이란 이름으로 쏟아진다.

경제·복지 등 대선 공약들이 희화화하는 마당에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다.

국민이 수령액을 깎는 대선 후보를 반길까? 하지만 그는 연금개혁을 반드시 하겠다는 '무모한'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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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대통령선거판이 점입가경이다. ‘2월 추가경정예산’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퍼주기 공약을 넘어 ‘사병 월급 200만 원’ ‘확률형 게임 아이템 정보공개’ 등 말장난 같은 공약들이 ‘생활밀착형’이란 이름으로 쏟아진다. 그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탈모치료’는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이었다. 이 후보는 탈모치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며 이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이대남(20대 남자)’에게 어필하는 중이다. 내심 이 후보 스스로 이런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 공약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반대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이에 질세라 ‘골프장 이용료 인하’ 등을 내세우며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선 공약이 ‘얼마나 웃기고 기발하냐’는 걸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복지 등 대선 공약들이 희화화하는 마당에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다. 대선 삼수생인 그는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의사 출신의 뛰어난 과학자이자 전문경영인인 그는 정치판에선 경험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를 겪었다. 사람들은 좌고우면하며 ‘범생이’처럼 행동하는 그에게 ‘찰스’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대선판에서 그의 약진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그가 어떻게 재조명받게 됐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대선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이 꺼리는 정책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그는 대선 후보에겐 금기어에 해당하는 ‘연금개혁’을 거론했다.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개혁은 대선판에서 우군이 될 수 있는 공무원들을 등지는 자살행위에 해당한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알면서도 대선 후보들이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국민연금 개혁 역시 문재인 정부는 이미 포기했다. 차기 정부는 ‘(보험료를) 더 내고 (수령액을) 덜 받는’ 방식으로의 개혁을 해야 한다. 국민이 수령액을 깎는 대선 후보를 반길까? 하지만 그는 연금개혁을 반드시 하겠다는 ‘무모한’ 공약을 내놨다.

국가 재정을 누가 더 많이 쓰냐 경쟁하는 이번 대선판에서 이런 공약은 솔직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후보는 ‘문재인 케어’로 인한 과도한 지출로 2024년이면 고갈될 건보 적립금 얘기는 쏙 빼놓고 탈모 지원 공약을 내놨다. 탈모 지원금이 정책으로 추진될 경우 고갈된 건보료는 청년들이 메워야 한다. 재정이 화수분인 양, 길 가다 주운 돈 쓰듯 정치인들은 공약을 남발하지만 이를 다시 채워 넣는 사람은 성실한 청년 납세자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역시 국민 모두에게 돈을 뿌린다는 것이지만 결국 재정 부담은 청년들이 지게 된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은 당연한 얘기를 하는 안 후보를 참신하게 여겼을 것이다. 최소한 그는 미래에 대해 솔직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단한 걸 해서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언급했을 뿐인데도 다른 후보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우리 대선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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