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정부조직 개편보다 급한 '부처 협력'

기자 2022. 1.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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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의 명칭 변경 및 신설·통합·폐지 등 조직 개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있어 온 대표적인 공공부문 개혁 중 하나다.

정부 부처 명칭 변경과 신설 등의 정부조직 개편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적이고 화려한 선거 전략일지 모르나, 자칫 '허울 좋고 실체 없는 개혁'으로 전락해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 낭비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런 개선 없는 정부조직 개편은 되레 새로운 '부처 칸막이'만 만들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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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정부 부처의 명칭 변경 및 신설·통합·폐지 등 조직 개편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있어 온 대표적인 공공부문 개혁 중 하나다. 오는 5월 10일 출범할 새 정부에서도 비교적 대규모 조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가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정부조직 개편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도 4차 산업혁명과 청년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부처 신설과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부문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문제를 부처 이름에 포함시키는 명칭 변경이나 전담 조직 신설은 성공적 사회문제 해결을 보장하지 못한다. 반복적으로 추진돼 온 행정 개혁의 핵심 과제는 정부 조직의 고질적인 저효율성과 저생산성 문제다. 신설되는 전담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전담 조직 신설은 오히려 정부 규모를 확대하고 조직 정비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정부 낭비(government waste)’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조직을 신설하거나 개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한 부적절하다. 특히, 새로운 사회문제는 대부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다양한 정부 부처에 분산돼 있는 이른바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의 특성을 갖는다. 사악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의 수평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년 문제는 전형적으로 사악한 문제다. 부처 명칭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포함된다 하더라도, 그 부처 혼자서는 취업·주거·결혼·복지 등 복합적인 청년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년 문제는 다양한 정부 부처 간, 심지어 민간 부문과의 유기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정부 부처 명칭 변경과 신설 등의 정부조직 개편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적이고 화려한 선거 전략일지 모르나, 자칫 ‘허울 좋고 실체 없는 개혁’으로 전락해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 낭비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조직 개편은 신중하게 그리고 가급적 최소한의 수준으로 추진돼야 한다.

국민을 위한 좋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부가 일하는 방법, 특히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일하는 방법의 개선이다. 이런 개선 없는 정부조직 개편은 되레 새로운 ‘부처 칸막이’만 만들 우려가 있다. 정부 부처 간 협력의 필요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도 협업행정, 융합행정 등 다양한 이름으로 각 정부의 행정개혁에서 추진되긴 했으나, 관심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부처가 아니라, 기존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다.

정부 부처 간의 협력 및 정부와 민간 부문 간의 협력이 없이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의 한 행정학 교과서는, 현대 행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네트워크와 협력을 뜻하는 ‘거버넌스’라고 규정한다. 한국에서도 거버넌스 논의가 계속 있어 왔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협력과 거버넌스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허울 좋은 대국민 선전용 정부조직 개편이 아니라 정부의 일하는 방법, 특히 정부의 실질적인 협력 방법 개혁이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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