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대형사고낸 HDC현산, 잠실 마이스 사업은 괜찮을까

최온정 기자 2022. 1.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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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공사현장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산이 참여하는 잠실 마이스(MICE) 복합 조성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이미 9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 사고를 낸 현산이 포함된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 가운데,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잠실 마이스 복합 조성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전시·컨벤션, 야구장 등 스포츠·문화시설과 이를 지원하는 업무·숙박·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2조1600억원 규모로 복합시설로는 국내 최대 민간투자사업이다.

◇ 9명 사망사고 내고도 잠실 마이스 수주… “안전 관련 배점 적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3일 한화그룹과 HDC그룹, 하나금융투자가 주축이 된 한화 컨소시엄을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2016년 4월 잠실 운동장 개발계획을 낸 5년 8개월만이다.

잠실 마이스 사업 조감도 /한화건설 제공

당시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무역협회 컨소시엄을 제치고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사업 구조를 가장 잘 아는데다 대형건설사가 많이 포함된 무역협회 컨소시엄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한화컨소시엄에서 지분 20%를 가진 HDC그룹의 소속 기업인 HDC현산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HDC현산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낸 ‘공공 건설공사 참여자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도 ‘매우 미흡’ 등급을 받기도 했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HDC현산이 포함된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는 당시 서울시가 낸 사업제안서 평가기준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는 설계·시공·운영·재무능력을 평가하는 ‘사전적격성 평가’로 이를 통과한 사업제안자에 한해 2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단계는 ‘기술부문·가격 및 공익성 평가’로, 여기서 높은 점수를 점수를 받은 사업제안자가 협상대상자로 지정된다.

평가항목을 보면 안전과 관련된 항목의 배점이 매우 낮다. 1단계에서는 시공부문에서는 시공능력평가액이 도급예정액을 넘어서는지가 주 평가항목이었고, 2단계에서도 1000점 만점으로 구성된 평가항목 중 안전과 관련된 것은 ▲공사중 관리계획의 적정성 항목(10점) ▲환경 및 안전관리계획의 적정성(20점) 등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감점을 주는 항목은 평가기준에 없었다”면서 “각 참여자들이 낸 제안서가 주된 평가기준이었으며, 이 기준에서 한화컨소시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선정된 것”이라고 했다.

◇ 공공사업은 물의 일으킨 기업 제외… “민자사업엔 관련 장치 없어”

반면 공공이 참여하는 공공투자사업의 경우 입찰 참여자의 안전관리 능력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두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파트 건설공사나 3기 신도시 조성공사 등 공공투자사업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우선 입찰자격을 확인하는 단계부터 건설안전관리와 관련된 항목이 포함돼있다. 이후 진행되는 종합심사 과정에서도 사고 사망 만인률(상시 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과 산업재해 예방 실적,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건수 등이 반영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점수에 반영된다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잠실 마이스 사업이 서울시가 지분을 갖지 않고 부지만 40년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보니 안전관리와 관련된 항목에 대한 배점이 적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주로 설계와 재무제표 등 기본적인 사항만 확인한다”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중대재해 여부를 감점요인으로 두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자사업 참여자가 경고를 받았거나 영업제한을 받을 경우 규제가 들어가지만, 그런 것이 아니면 큰 영향이 없다”면서 “지금 현재로서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더라도 거를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법적으론 출자자 변경 가능… “현산 빼고 다른 건설사 들어갈수도”

그렇다면 HDC현산은 앞으로도 아무런 제재 없이 잠실 마이스 사업에 참여하게 될까. 지난 11일에도 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실종자가 6명 발생했고, 이 중 1명은 수색 과정에 발견됐지만 생사확인을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붕괴했다. 2022.1.13/광주 서구 제공

전문가들은 향후 서울시와의 협상 과정에 사업 참여자 구성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HDC현산이 행정처분 등을 받아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경우, 현산을 빼고 다른 건설사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협약을 체결하고, 하반기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한화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시계약 체결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사이에 구성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관사가 바뀌지만 않으면 실시계약 이전에 참여자를 바꾸는 일이 종종 있다”고 언급했다.

C 건설사 관계자도 “HDC그룹의 지분이 20%나 돼서 참여자를 바꾸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광주에서 워낙 큰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여러가지 행정처분 가능성도 언급되는 만큼,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가 작년 6월에 낸 3자 제안 공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출자자의 부도나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사실상 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주무관청이 인정할 경우, 혹은 원활한 사업 추진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무관청이 인정할 경우 실시계획 승인 신청 전까지 법인설립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현행법상 서울시가 사업자를 바꾸도록 요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민간투자법 46조2항에 따르면 주무관청은 실시협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그 밖에 민자사업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대해서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같은 법 47조에 따르면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필요한 경우 등에도 공익을 위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요청하고 주무관청이 인정할 경우 출자자 변경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서울시가 출자자를 바꾸도록 요구할 수 있는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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