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위 CU의 자영업자 전기료 지원 중단 유감

홍다영 기자 2022. 1.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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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이 아니라 살생(殺生)이다.”

서울에서 10평(33㎡) 규모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본사가 올해부터 전기료 지원을 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전기료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예정이어서 걱정이 컸는데, 본사의 전기료 지원까지 끊긴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A씨는 “100만원 미만 전기료가 나오면 매달 30만원쯤 지원받았는데 이 돈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만 앞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줄어 직접 일하며 인건비를 메꾸고 있는데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업계 1위 CU가 24시간 운영 가맹점에 매달 지원하던 전기료 30만~40만원을 올해부터 없애기로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그나마 믿었던 본사가 슬그머니 상생 정책마저 폐지하자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대선 이후 전기료를 kWh(킬로와트시)당 111원 수준에서 10.6%(11.8원) 올리기로 했다. 최저임금도 올해 5% 올라 시간당 9160원이 됐다.

CU가 작년 9개월(1~9월)간 벌어들인 돈은 5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이익만 1500억원이다. 반면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은 같은기간 매출 3조원, 이익은 28억원에 불과하다.

CU보다 이익이 50분의 1 수준인 세븐일레븐은 올해 24시간 가맹점에 전기료 50%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점주들의 고통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CU 본사는 전기료 지원을 끊는 대신 신상품 지원금을 도입하고 폐기 지원금을 소폭 인상했다. 점주는 이 정책들이 본사의 꼼수라고 비판한다. 전기료는 편의점 운영에 필수적인 고정비고 신상품, 폐기 지원금은 그만큼 발주해야 하는 것으로 결국 본사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신상품 지원금은 CU 본사가 추천하는 신상품을 80% 이상 주문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점주가 그만큼 발주를 늘려야 한다. 무턱대고 신상품을 주문했다가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 본사가 불필요한 신상품을 무리하게 요구하며 밀어넣으면, 점주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폐기 지원금도 본사가 100% 부담하는 게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 비율만큼만 지원해준다. 가맹점 수수료가 30%인 점포에서 5000원에 제품을 사와 폐기한다면 수수료 비율(30%)에 따라 1500원을 본사가 지원해주고 3500원은 점주가 손해 보는 구조다.

또 다른 CU점주 B씨는 “바보가 아닌 이상 폐기 지원금 몇푼 받겠다고 무리하게 발주하겠느냐”고 했다. 폐점을 고려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편의점 업계가 양적으로 성장하는데만 급급해, 질적인 성장을 도외시 했다고 평가한다.

한국과 일본은 편의점 개수가 5만여 개로 그 수가 비슷해 지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 운영 방식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가맹점에 최저 보증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세븐일레븐은 15년 계약 기간 중 12년간 최저 수익을 보장하고, 로손과 패밀리마트는 계약 기간(10년) 내내 보전해준다. 이후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이 나오면 최저 수익 보장제로 받았던 금액을 되돌려주는 대여금 형식이다.

그러나 CU를 비롯한 국내 편의점들은 개점 이후 1~2년 동안 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이 “일본처럼 최저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본사와 가맹점은 동백나무와 동박새처럼 서로가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다. 어느 한쪽이 자멸하면 그 타격은 다른 한쪽이 받을 수밖에 없다.

1만4000여 가맹점주들이 모두 폐점한다고 가정해 보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상장폐지 돼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CU는 전기료 지원 폐지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점주는 빈곤해지고 본사만 살찌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지금은 CU가 대승적 견지에서 가맹점주들과 협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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