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보물, 돈 되는 불교 유물 다 판다..간송미술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김슬기 2022. 1. 14.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7일 케이옥션서 경매
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73호 '금동삼존불감' 출품해
추정가격 28억~45억원 달해
간송, 보물 경매 시도 이어
훈민정음 해례본 NFT 판매도
이번 국보 경매로 부정적 여론
전인건 관장
"어쩌다가 국보까지 경매에 나오게 됐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보물 2점에 이어 이번에는 국보 2점까지 경매시장에 출품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가지정문화재 국보가 상업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열리는 1월 경매에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1962년 지정)과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1962년 지정)을 출품한다고 밝혔다. 추정가는 각각 28억~40억원, 32억~45억원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14일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간송의 운영 부담도 더욱 가중됐다"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불상 2점에 대한 매각을 다시 진행한다"며 "소장품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매에 나온 국보 73호 금동삼존불감은 불전 형식을 위한 감(龕) 내부에 석가삼존상을 모신 소형 원불(願佛)이다. 불감은 5㎝ 내외의 작은 불상부터 10~20㎝에 달하는 비교적 큰 불상까지 봉안하기 위한 것으로 크기는 다양하나 대체로 원불이라 하여 개인이 사찰 밖에서 예불을 드리기 위한 것이다. 이 불상은 18㎝로 11~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 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이다.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이 모두 새겨진 일광삼존(一光三尊) 양식으로, 한반도에서는 고구려에 의해 이러한 전형이 확립됐는데 이후 백제와 일본까지 이어졌다. 이 작품 광배의 뒷면에는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라는 이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정확한 조성 연대(563년)를 알 수 있다. 출품된 국보 불상은 15~27일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5월에도 삼국·통일신라시대 불상 2점(보물 284호·285호)을 경매에 출품했으나 모두 유찰된 끝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매각된 바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데다 수준 높은 소장품으로 유명한 '간송 컬렉션'이 처음으로 경매에 출품돼 큰 주목을 받았으나 유찰의 수모를 겪었다. 낙찰 불발 후 "일제강점기 목숨을 걸고 우리 문화재를 지킨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뜻을 기리기 위해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품으로 구입했다. 당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재정난으로 불교 관련 유물을 불가피하게 매각하고 간송미술관을 상징해온 서화와 도자, 전적이라는 중심축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국보 경매 출품의 배경도 재정난이다. 이번 경매에서 추정가 안팎으로 낙찰이 이뤄진다면 국내 문화재 거래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현재까지 최고가 기록은 2015년 서울옥션에서 35억2000만원에 낙찰된 '청량산괘불탱'(보물 1201호)이었다. 2020년 7월에는 보물 1796호인 겸재 정선의 '정선 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추정가 50억~70억원에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됐으나 유찰된 바 있다.

국보는 흔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리지만 2020년 잇단 보물 유찰 사례를 볼 때 전국적 이목이 집중되는 경매에서 선뜻 낙찰자가 나설지는 이번에도 불확실하다. 문화재보호법상 국보나 보물을 취득하면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하며 국가지정문화재의 해외 반출과 판매는 금지돼 있다. 물론 개인 재산일 경우 국내 거래는 가능하며 상속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이 면세되지만 개인 신상이 공개될 수 있어 수집가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다.

국보 12건 등 국가지정문화재만도 48건에 달하는 '국가대표급' 유물을 보유한 간송미술관은 최근 몇 년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펼쳐왔다.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 설립 이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외부 전시와 문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개당 1억원에 달하는 대체불가토큰(NFT) 100개로 만들어 부정적 여론이 일기도 했다. 당시 80개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국보까지 경매에 내놓자 전형필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재단은 이날 간송미술관의 운영 계획도 공개했다. 문화재청·서울시 지원으로 건립 중인 다목적 신축 수장고가 올해 초 개관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