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잔] 잊혔던 그들, 대륙에서 다시 K리그로 돌아올까?

김태석 기자 2022. 1. 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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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주어진 상황을 바탕으로 한 상상일 수 있다. 역사는 가끔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다. 우리의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상황을 보면 그렇다.

지난 십 년 가량 자금력에 있어서 중국 슈퍼리그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무대였다. 니콜라스 아넬카·디디에 드로그바·카를로스 테베스·에세키엘 라베치 같은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가진 선수들이 중국 무대를 밟았고, 자금적 측면에서 완전히 주저앉았다고 평가받는 지금도 오스카·마루안 펠라이니 등 유럽이 훨씬 더 어울리는 선수들이 뛰고 있다.

곰곰 생각해보니, 굳이 먼 하늘의 별처럼 느껴지는 선수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K리그 팬들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유럽이 아닌 남미에서 A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경기를 통해 체감했으며, K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도 마치 더 높은 리그를 찾아가듯 중국으로 향하는 걸 지난 수년 간 수없이 지켜봐야 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도 '엘 도라도'가 된 중국에서 커다란 성공과 거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이러한 중국 프로축구의 자금력은 시쳇말로 '넘사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물론 덕분에 K리그 클럽들은 나름의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계추를 15년 전만 돌려보더라도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중국 슈퍼리그는 멍들 대로 멍든 리그였다. 선수 수준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고, 축구 도박, 승부 조작에 멍들어 관련자들이 처벌되는 등 홍역도 있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구단주가 분노해 순식간에 팀을 해체시켜버리는 일도 있었다. 중국 축구 열기가 상당히 뜨겁다고는 해도, 기반이 흔들리니 중국 선수들도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K리그에도 영향을 미쳤었다. 불과 13년 전인 2009년부터 약 3~4년동안 K리그에는 꽤 많은 중국 선수들이 활약했다. K리그 1호 중국 선수인 완호우량(당시 전북 현대)을 필두로 리웨이펑·펑샤오팅·황보원 등 중국 국가대표 자원들이 한꺼번에 K리그에 밀려 들어왔다. 물론 이후에도 몇몇 중국 선수들이 K리그2 클럽에 오긴 했지만, 기량·주목도·활약상·이름값 등 어느 것도 국가대표였던 리웨이펑·펑샤오팅·황보원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 세 선수는 K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으로 팬들에게 인정받았다.

지난 몇 년 전부터 K리그를 지켜본 팬들은 와 닿지 않겠지만, 그때는 중국 미디어들이 K리그와 중국 선수들의 활약상에 예의주시하며 자국 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중반에 들어서면서 중국 클럽들의 자금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들이 마치 썰물처럼 자국 무대로 돌아가버렸지만, 그때는 K리그가 중국 선수들의 워너비리그 중 하나였다. 어쩌면 유럽 다음으로 가장 도전하고픈 무대가 바로 K리그였을 것이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의 재정이 파탄이 난 현재 상황을 지켜보면, 어쩌면 지금 중국 선수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옵션 중 하나로 과거 자신들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월급이 체불되는 수준을 넘어 클럽하우스에 단전·단수가 되고 개인 사비를 들여 원정 경기를 치렀다는 얘기가 이번 시즌 내내 나왔다. 2020시즌 챔피언 장쑤 쑤닝이 모기업 사정 때문에 난데없이 해체되자 중국 국가대표팀 핵심 미드필더인 우시가 한동안 오갈 데 없이 개인 훈련을 했던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둥 루넝 타이산 등 몇몇 팀들은 변함없이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클럽들이 안겨주었던 막대한 수익에 도취되었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다. 대우는 급격히 나빠졌고, 위태롭다. 그래선지 최근 리레이를 비롯한 몇몇 중국 선수들이 유럽 중소리그로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K리그도 그들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정황상 2012시즌 전북을 떠났던 황보원을 끝으로 사실상 '쓸 만한' 중국 선수들과 결별했던 K리그지만, 그 시절처럼 제법 좋은 중국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 조만간 다시 돌아오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지 싶다.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다니, 축구판 또 모른다는 걸 새삼 느낀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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