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상징이 된 美白.. 그 속에 담긴 제국주의적 욕망

박동미 기자 2022. 1.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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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류 스타들의 고유한 매력은 뭘까.

이 기준에 부합하는 수많은 한류 스타가 전 지구적인 미백 사다리에서 상당히 우위를 점한다는 점, K-뷰티 산업의 핵심군이 '화이트닝' 제품이라는 것,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한국 여성들의 10단계 스킨케어 루틴 등이 다른 아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식 미백의 욕망을 추동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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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박소정 지음│컬처룩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류 스타들의 고유한 매력은 뭘까.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팀원 간 하모니도 완벽하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외모에 연기력도 탁월하다. 그리고 모두 ‘이것’을 갖췄다. 흠결 없이 깨끗하고 밝은 피부. K-팝, 드라마, 영화 어디서든 우리의 스타들은 하얗게 ‘빛난다’. 미디어 연구자인 저자는 미백(美白)을 “한국 미디어 문화의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규정한다. 희고 맑은 피부를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보는 한국식 미백은 이미 K-컬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K-뷰티’라는 이름의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책은 이 ‘흼’,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미백에의 갈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백 피부란 무엇인지부터 미백을 둘러싼 욕망과 권력, 신체와 정체성의 문제에 주목하며 다양한 층위에서 미백을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탈식민주의적·페미니즘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 저자는 ‘백옥 같은 얼굴’이라는 관용어구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미를 판단하는 기준을 문제 삼는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수많은 한류 스타가 전 지구적인 미백 사다리에서 상당히 우위를 점한다는 점, K-뷰티 산업의 핵심군이 ‘화이트닝’ 제품이라는 것,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한국 여성들의 10단계 스킨케어 루틴 등이 다른 아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식 미백의 욕망을 추동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책은 미백을 백인에 대한 선망으로 손쉽게 설명하는 기존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한류 안에 새롭게 형성되는 제국주의적 욕망을 짚어내는 것이다.

흰 피부와 금발로 상징되는 서구 여성의 얼굴이 미의 기준이 아니듯, 동북아 여성의 얼굴, 특히 미디어와 뷰티 산업 복합체가 만들어낸 한류 스타들의 하얗고 빛나는 얼굴도 미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그것이 아시아 내 미의 위계를 만들고 피부색에 기반을 둔 차별적 논리를 드러낸다면, ‘미백’은 신 식민적 헤게모니가 될 수도 있다고 책은 경고한다.

저자는 영국의 영화학자 리처드 다이어의 ‘화이트’를 번역하는 등 주로 미디어 문화를 통해 관찰되는 정체성과 친밀성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미백 문화가, 한류의 세계적 인기를 등에 업고, 자칫 인종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분석은 우리 안의 제국주의를 경계함과 동시에 한류 연구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한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책에 대해 “한류 연구가 어떻게 한류 속 식민 욕망을 비판적으로 드러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며 “미래를 주도할 한류 연구자 세대의 탄생”이라고 평했다. 360쪽, 2만4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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