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란 아역' 넘어 믿고 보는 정인선 [인터뷰+]
20년 넘긴 연기 경력.."1인2역은 처음"
발랄함과 카리스마 오가며 극 이끌어
1991년생인 정인선은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인 1996년 드라마 '당신'으로 데뷔했다. 이후 '매직키드 마수리'에서 마수리의 여자친구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아역 스타로 주목받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에서 잠깐 등장했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바쁜 학창 시절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던 정인선은 '맨몸의 소방관',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영화 '한공주'까지 연이어 주연으로 발탁돼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성인 연기자로 인정 받았다.
이후 '내 뒤의 테리우스', '사이코패스 다이어리', '아직낫서른'까지 실험적인 장르와 캐릭터를 선보이며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성장했다.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서는 1인2역으로 분해 극을 이끌고 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인윤주와 냉철한 이성만 엿볼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 강선주를 오가며 흥미를 북돋고 있다.
연기 경력만 25년. 웬만한 중견 연기자 뺨치는 이력이지만 정인선은 "'너의 밤이 되어줄게'에서 1인2역 연기를 하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차이를 두기 위해 고민했다"고 여전한 열정을 뽐냈다.
"윤주는 다채롭고 입체로운 캐릭터라 생각했고, 대사를 내뱉을 때 음의 높낮이도 많이 오갔으면 했어요. 표정, 감정, 제스처가 많고 풍부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반면 선주는 목소리의 높낮이가 크지 않아요. 정박자의 리듬을 가진 인물로 그렸어요."
'너의 밤이 되어줄게'는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스타 아이돌과 이를 치료해야 하는 입주 주치의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집을 다시 사는 것을 목표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왔던 윤주는 주택 매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쫓기는 몸이 된다. 이후 얼굴이 똑같이 생긴 쌍둥이 언니 선주를 대신해 윤태인(이준영)의 입주 주치의가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언니도 해외 입양으로 헤어지고, 사기를 당하고, 쫓기는 몸이 돼도 윤주는 긍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 윤주의 따뜻한 에너지가 '너의 밤이 되어줄게'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정인선도 "윤주를 연기하면서 저 역시 많이 위로를 받았다"며 "오지랖도 넓지만, 어떻게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애틋할 수 있는지 신기했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주를 연기하면서 제가 상대에게 주는 에너지가 클수록 저 역시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인선이라는 사람은 용기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 윤주를 보며 부럽고, 어떤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말하는 그 화법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아이돌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인선은 "솔직히 요즘 아이돌들은 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가 아이돌과 팬덤의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다"는 호평을 받는 것과 달리 "저의 마지막 덕질은 H.O.T 오빠들이었다"면서 웃었다.
이어 윤주라는 인물 설정 자체가 "아이돌의 일상에 낯섦을 느껴야 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하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저 역시 루나의 팬이 됐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촬영할 땐 무대 장면을 보지 못했어요. 방송을 보니 제대로 보이더라고요. 이런 '온 앤 오프'가 극명히 되는 모습을 보니까 '이 맛에 (덕질) 하는 건가' 생각도 들고. 오늘도 오면서 루나 노래를 들었어요."
극중에서는 윤태인과 이어지지만, 인간 정인선으로서 최고의 아이돌 밴드인 루나의 멤버 중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으뜸이'(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뜻하는 별칭)는 누구냐고 물었다.
"욕심이 많을 수 있지만 다섯 친구의 매력이 조금씩 다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우연(장동주 분)이의 다정다감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상대역이었던 이준영을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루나 멤버들은 대부분 아이돌 멤버들이었다. 특히 김종현, 윤지성, 김동현 등은 '너의 밤이 되어줄게'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 정인선은 "처음엔 괜히 멋진 선배, 누나가 돼 줘야 할 것 같았는데 대본리딩을 한 후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면서 이들을 칭찬했다.
정인선은 "정말 열심히 준비한 모습에서 열정과 성의가 느껴졌다"며 "또 얼마나 잘하던지, 캐릭터와 다들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제가 현장에서 쓸데없는 말을 했을지 모르겠는데(웃음) 저는 조언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매력이 나오면 그걸 해보라고 시키긴 했죠. 감정 연기를 하다가 고개를 숙이면 각도를 조절해준다거나 그 정도인데, 다른 친구들은 다르게 기억하면 어떡하나 싶네요. 하하하"
'너의 밤이 되어줄게'를 통해 다시 한 번 정인선만의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발산됐다는 평이다. 이미 25년이나 연기했지만, 정인선은 "앞으로도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수식어 컬렉터'다. 제일 먼저 '아역' '매직키드 마수리 걔' '살인의 추억 걔' '한공주 걔' '테리우스 걔' '골목식당 걔' 였다. 처음에는 압박감, 답답함도 있었는데 이 수식어를 갱신하는, 깨는 맛이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조금 더 도전적인 작품을 시도하면서 다채롭게 연기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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