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높게, 방은 파랗게.. 인생을 바꾸는 '五感의 과학'

기자 2022. 1. 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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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일상 감각 연구소 |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어크로스

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끼는 것에서

행복감 느끼고 비즈니스도 성공

식물 많은 사무실, 능률 25% 키워

소음·빛 공해 등 ‘감각 과부하’속

후각·촉각 정서적 자극은 부족

해결책은 자연에 더 오래머무는 것

광고 속 아날로그시계는 항상 10시 10분을 가리킨다. 아마존 상위 판매 손목시계 100개 중 97개의 시곗바늘이 이 시각을 표시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웃는 시계’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인간은 찌푸린 표정보다 미소를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이 때문에 아이는 배운 적도 없는데 태어나자마자 방싯방싯 웃고, 아마존·하스브로 등의 브랜드 로고는 웃는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이처럼 감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감각을 해킹해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일상 감각 연구소’에서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 소장은 감각 연구를 활용해 인생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비결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접촉하는 인간 오감에 관한 과학 연구를 소개하고, 환경을 적절히 꾸며서 일상 감각을 개선하고 행복을 증진하며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안내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동양 풍수가 서양 과학과 만나 진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집 안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우리 감각은 동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선조들을 잊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디에 살든 평균 실내 온도를 섭씨 17∼23도에 맞춘다. 또한 인간은 밀폐된 방보다 개방된 방을 좋아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실내 식물이 있을 때 더 편안히 느낀다. 이런 생활환경이 인류가 처음 진화했던 에티오피아고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높은 천장은 인간을 더 야심 차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만들고, 방을 파랗게 하면 학습효과가 높아진다. 둥근 식탁은 말다툼을 줄여 합의에 이르기 쉽게 한다. 감각의 과학은 인테리어를 바꾸면 사람들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질 좋은 잠을 자고 싶다면, 저녁에 휴대전화, 컴퓨터, 전자책 리더기, 텔레비전 등 화면 보기를 줄여야 한다. 기기의 청색광은 뇌를 속여 각성을 유도하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므로 잠들기 전 두세 시간 동안 밝은 화면을 보지 않는 ‘사이버 통금 생활’이 필요하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 섭씨 40도 정도의 뜨거운 물로 목욕한 후, 알로에베라나 아레카야자 같은 공기정화식물을 들인 서늘하고 쾌적한 방에서 파도 소리, 빗소리 등 은은한 백색 소음을 이용해 주변 소음을 제거하면 숙면할 수 있다.

실내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인을 위한 해킹도 있다. 자연광을 모방한 밝은 조명은 직원 건강에 필수이고, 식물 많은 초록 사무실이면 업무 속도가 25% 늘고, 집중력과 만족도도 높아진다. 한편, 여성은 실내 최적온도가 남성보다 3.1도 높은 25.2도이므로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온도 조절 시트 등을 별도 제공하면 좋다. 최근 유행 중인 개방형 사무실은 피로, 두통, 스트레스를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나쁜 결정 중 하나다.

저자는 자동차, 쇼핑몰, 가게, 병원, 헬스장, 뷰티산업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감각을 적절히 해킹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사업을 잘 수행하는 법을 알려준다. 감각의 과학을 통해 우리는 집을 더 살기 좋게 꾸밀 수도 있고, 잠을 더 편히 잘 수도 있으며, 더 효율성 있게 일할 수도 있다. 또한 빠른 음악을 틀어 상점에서 물건을 더 쉽게 팔 수 있고, 헬스장에서 더 열심히 운동하게 할 수 있고, 병원에서 질병이나 부상에서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게 도울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감각 자극에서 오는 ‘감각 과부하’로 고통받고 있다. 소음 공해, 빛 공해, 만성 수면 부족, 나쁜 식습관, 지나친 실내 생활, 우리 주의를 빼앗으려는 끝없는 광고와 알람의 물결 등이 삶을 황폐화하는 중이다. 동시에 눈과 귀를 제외한 후각, 미각, 촉각 등 정서적 감각 자극은 턱없이 부족한 ‘감각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 중이다. 오감을 골고루 자극하는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다고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접촉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큰 감각기관인 피부는 부드럽게 쓰다듬을 필요가 있는 감각수용체로 가득 차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그리고 바람, 햇빛, 비, 물 등이 피부를 쓰다듬을 때 우리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는가. 포옹과 접촉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고통을 완화하며 질병을 물리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인간을 고립으로 내몬다. 게다가 우리가 선호하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꽃은 대부분 향기가 풍부하지 않고, 자주 먹는 인스턴트 음식은 다양한 미각 체험을 힘겹게 만든다. 한마디로, 우리는 감각적으로 무척 가난하다.

불행의 해결책은 자주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다. “자연에 아주 조금만 노출돼도 기분도, 성과도, 건강도 좋아진다. 자연에 오래 머물수록 효과가 용량 의존적으로 커진다.” 자연 속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것들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특히, 오감에 골고루 집중하면 우리 삶은 빠르게 나아진다. 그러니, 감각의 과학이 권하는 대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제 모두 산책을 나서자. 420쪽, 1만7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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