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디즈니+와 애플TV 부진 타개책은?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지난 11일 발표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집계에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주요 OTT 플랫폼 지난 12월 월평균 사용자수는 넷플릭스가 1199만192명으로 1위였다. 2위가 토종 OTT인 웨이브로 477만7100명, 3위가 티빙으로 373만428명으로 집계됐다. 이 결과에서도 보여주듯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OTT 대전쟁'의 초반 분위기는 '절대 1강' 넷플릭스와 '토종 양강' 웨이브, 티빙의 추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틈타 영화와 TV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OTT 플랫폼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플랫폼의 구도가 바뀌면 이 플랫폼에 얹는 콘텐츠의 작법이 바뀌고 이는 방송가의 생태계마저 바꿔 놓는다. OTT의 등장과 득세는 우리나라 영화계와 방송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OTT는 해외 대자본의 플랫폼들 공세에 토종 플랫폼들이 국내 정서를 고려한 반격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대자본을 바탕으로 했으나 한 발 뒤쳐진 플랫폼들도 존재한다.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자회사들이 모인 디즈니플러스와 모바일 혁신의 시초로 불리는 애플의 야심작 애플TV플러스 등이 주인공이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11월12일 론칭한 디즈니플러스는 202만2881명의 월평균 사용자수로 숙적인 넷플릭스는 물론 토종 양강에도 뒤져있다. 애플TV플러스는 상위 6개 플랫폼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시즌과 갈수록 내리막을 타고 있는 왓챠에도 뒤졌다.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는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애플이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는 기를 못 펴고 있는 셈이다.
디즈니나 애플의 사례를 국내 적응의 실패로 단언할 수 없다. 넷플릭스 역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로 국내 콘텐츠를 처음 스트리밍한 이후 2019년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성공하기 전까진 국내 시장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와 애플의 부진은 경쟁에서의 부진이다. 따라서 OTT라는 플랫폼 자체가 아직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넷플릭스의 사례와 함께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공략했던 가장 큰 화두는 '로컬 오리지널 시리즈'로 불리는 한국산(産) 작품들이었다. 할리우드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을 지배하고 있을 당시에도 세계 몇몇 국가에서는 자국영화가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에 자주 올랐다. 한국도 그러한 나라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득세 속에서 자국영화가 5000만 인구 중 1000만 관객의 신화를 썼던 원동력은 한국의 관객, 또는 시청자가 자신들의 정서에 부합하고 취향에 잘 맞는 한국산 콘텐츠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킹덤'으로 그 가능성을 본 넷플릭스는 한국의 '로컬 오리지널 시리즈' 발굴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결국 지난해 '오징어게임'의 대성공으로 꽃을 피웠다.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육성된 한국의 콘텐츠는 이제 넷플릭스에서 거의 한 달에 한 작품 꼴로 새로운 한국산 오리지널 시리즈를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들의 화제가 계속 이어질수록 넷플릭스는 더욱 많은 가입자를 빨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판단은 국내 시장의 공략의 '정석'과는 거리가 있었다. 디즈니플러스는 '스타워즈' 시리즈나 마블스튜디오,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플랫폼을 다수 보유했지만 그동안 '미드'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청자들에게 징검다리가 될 한국 콘텐츠는 없었다. 론칭 초기 마니아들의 열광으로 열기를 띠었지만 이제 두 달이 지나 더 이상 볼 게 없는 OTT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부침이 시작됐다. 애플TV플러스 역시 11월4일 론칭과 함께 공개된 김지운 감독의 '닥터 브레인' 외에는 두 달이 넘게 새로운 작품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이 두 플랫폼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6일 강다니엘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수업'으로 한국 로컬 오리지널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애플TV플러스 역시 한류스타 이민호와 오스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윤여정을 앞세운 '파친코'를 공개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발상과 독립적인 제작 시스템의 OTT 생태계에서 스타의 존재가 반드시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스타 배우의 존재가 아니라 기발한 발상과 전개의 결과물이었다. 넷플릭스 '지옥' 역시 유아인이라는 스타가 있었으나 극 전체를 누비지 않았다. 오히려 OTT는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과 연출자들의 진가를 보이면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일단 디즈니와 애플의 국내 OTT 연착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들의 상반기 결과물까지는 더 지켜봐야한다. 하지만 여느 IT업계와 마찬가지로 OTT 역시 론칭 초반 기선을 잡지 못하면 영영 1등 사업자를 추격할 동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즈니와 애플이 쳐다봐야 하는 것은 스타 배우들이 아닌 국내의 참신한 시나리오와 이야기꾼들이다. 과연 OTT 대전쟁 시대의 구도는 올해 요동칠 수 있을까. 많은 시청자들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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