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건조기는 미세플라스틱 발생기?..세탁기보다 최대 40배
마찰열로 초미세섬유 1.4~40배 더 발생
옷을 세탁할 때마다 미세한 보풀이 떨어져 나가 결국 옷이 헤지게 된다. 세탁기를 쓰든 건조기를 쓰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의류에서 나오는 미세한 보풀, 즉 극세사(Microfiber)는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으로 환경 오염의 한 요인이 된다. 또 극세사에는 흡수력이 있어 오염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탁기와 건조기에 이를 걸러내기는 필터가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세탁기에서 나오는 극세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예컨대 청바지 한 벌을 세탁할 경우엔 약 5만6천개의 극세사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엘런맥아더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2017년 보고서에서는 2050년에는 세탁을 통해 자연환경에 방출되는 극세사가 연간 7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억벌의 폴리에스터 티셔츠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한다. 다만 세탁수로 배출되는 극세사는 하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대부분 걸러진다.
그러나 공기 중으로 흘러나오는 극세사에는 이런 하수처리 시스템을 적용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건조기는 강력한 내부 여과 장치가 없을 경우 극세사의 주요 배출원이 될 수 있다.
홍콩시립대와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공동연구진이 통풍용 배관이 있는 가정용 건조기를 기준으로, 건조기에서 나오는 극세사 보풀은 얼마나 될지 실험한 결과를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실험 결과 건조기에서는 세탁기보다 최대 40배의 극세사가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보다 폴리에스터에서 더 많이 나와
극세사는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섬유를 말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이다. 천연 직물에서도 극세사가 나오지만 극세사의 주된 배출원은 주로 폴리에스터, 폴리아미드,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섬유다. 이런 합성섬유들은 생분해되지 않는데다 인화성도 높다. 연구진에 따르면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폴리에스터 섬유다. 현재 전 세계의 의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생산량이 한 해 7666만톤에 이른다.
연구진은 건조기 배관에 부유 입자를 수집하는 기계를 연결한 뒤, 건조기를 15분간 가동하면서 건조기에서 나오는 입자를 계수했다.
두 개의 건조기에 각각 폴리에스터 의류 12벌과 면 의류 10벌을 넣고 실험한 결과, 두 유형의 의류에서 모두 극세사가 나왔다. 극세사는 의류가 회전하면서 섬유 사이에 생기는 마찰열로 인해 발생한다. 15분의 건조 시간 동안 1kg의 의류에서 나온 극세사는 폴리에스터 직물이 평균 9만3600개, 면 직물이 평균 7만2200개로 추정됐다. 면보다 폴리에스터에서 더 많은 극세사가 생성됐다.
면은 투입량 늘어도 발생량은 비슷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세탁기에서의 극세사 생성량보다 건조기에서 1.4배에서 40배 더 많은 극세사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 폴리에스터 의류를 넣은 건조기에선 옷이 많을수록 극세사가 많이 나온 반면, 면 의류를 넣은 건조기에선 투입량에 상관없이 극세사 배출량이 일정했다. 연구진은 이는 폴리에스터와 달리 면 극세사에는 응집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캐나다의 평균 가정에서 건조기를 쓰는 경우를 가정할 때 1대의 건조기에서 한 해 평균 9천만~1억2천만개의 극세사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가정에서는 대부분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를 쓴다고 한다.
연구진은 “폴리에스터 극세사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유기체에 축적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건조기에 대한 추가 여과 시스템, 친환경섬유의 개발, 섬유 유연제 사용 등으로 극세사 생성과 방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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