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왜 성인 男 위로"..위문편지 반대 쏟아졌다

김경훈 기자 2022. 1. 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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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경제]

복무 중인 군 장병을 조롱하는 듯한 여고생의 위문편지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해당 위문편지를 작성하게한 서울 양천구 소재 A여자고등학교가 "물의가 발생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가운데 '학생들에게 군인 대상 위문편지 작성을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울시교육청 청원에 2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13일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 게시판에 올라온 '미성년자에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같은 날 오후 8시 기준으로 2만명 동의를 넘겼다.

서울시교육청은 게시 30일 안에 시민 1만명 또는 학생 1,000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는 교육감이나 교육청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도록 하고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원인 A씨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십년 전에 없어진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문화가 2022년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건 굉장히 구태적이고 즉각 폐지돼야 할 일"이라면서 "미성년자가 성인을 '위문'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A씨는 "위문이라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의지로 이뤄져야 하는데, 학교라는 공적 단체에서 미성년자에게 강요한다는것도 납득가지 않는다"면서 "봉사시간을 주고 선택할수 있게 했다고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한 이상 개인의 자유의지로 시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상황을 짚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

A씨는 이어 "위문편지를 받은 성인이 불순한 의도로 미성년자를 찾아가거나 인터넷 게시글에 개인정보를 올리고 잠적해도 학교는 현실적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면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 미성년자에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문화 자체를 즉각 폐지해달라"고 적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여고 학생 두 명이 복무 중인 군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공개된 편지 내용을 보면 "저도 이제 고3이라 XX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군대에 샤인머스켓은 나오나요? 저는 추워서 집 가고 싶어요" 등의 내용이 담겨 군 장병들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기 쏟아졌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군대 다녀온 것이 후회된다",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딱 이 만큼", "저렇게 쓸거면 보내지를 말라", "선생님이 검수도 안 하나" 등 해당 위문편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A여고의 구글 및 카카오맵 등 리뷰를 통해 '별점 테러'를 남기기도 했고, 해당 편지를 작성한 학생의 신상정보를 추적해 이를 퍼뜨리거나, 악성 댓글 등을 달았다. 뿐만 아니라 시 교육청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민원을 올린 뒤 인증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A여고 재학생들은 "학교에서 위문편지 가이드까지 나눠주며 강제로 시켰다. 아이들이 반발한다고 저렇게 편지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재학생이 공개한 '위문편지 가이드'에 따르면 '학번,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 기재 금지.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재학생들의 입장이 전해진 뒤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B씨는 "여자고등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위문 편지를 금지해달라"면서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번에 위문편지가 강요된 OO여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편지 주의점에는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있었다"면서 "편지를 쓴 여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편지를 써야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도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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