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참여 기획 인상적..후보 철학과 모순된 공약도 살펴주길

정환봉 2022. 1.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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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열린편집위원회]
'대선이슈페이퍼' '2022 대선 콕..'
좋은 자료 모은 아카이브 반가워
진행 중 이슈·화두 한눈에 들어와
청년 100명-캠프 토론 '청년 5일장'
'나의 선거, 나의 공약' 현실감 생생
한겨레 지향점 명확히 보여줘
노동 이슈·차별금지법 등 부각 안돼
후보 철학·비전도 함께 다뤄줬으면
기획 기사 온라인 가독성은 아쉬워
<한겨레>가 문서 협업 툴 ‘노션’에 개설한 대선 이슈페이퍼 페이지. 대선 후보들을 둘러싼 사안·쟁점들을 ‘실시간 이슈’ ‘진행 중 이슈’ ‘잠잠해진 이슈’로 나눠 정리했다. ‘사이드B’ 코너에선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모색하는 거대한 토론장 구실을 한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방과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이 주도하는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의 정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피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한겨레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기획들을 준비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0일 오후 4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9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대선 기획 보도를 집중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민정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 김보림 위원(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준범 위원(한라홀딩스 부사장),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이 참여했다. 한겨레에서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콘텐츠총괄,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9기 열린편집위원회 활동은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다.

김민정 지금까지 한겨레 대선 기획은 ‘대선 이슈페이퍼―노션에 대선 잇슈’, ‘2022 대선 콕! 이 공약’,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정도가 선보였다. 특히 (업무 협업 툴인) 노션(notion) 서비스를 활용한 대선 이슈페이퍼가 눈에 띄었다. 최근에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임자운 대선 이슈페이퍼는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 아니라 ‘2022 대선 콕! 이 공약’도 그렇고 한겨레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좋은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선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정책에 관심이 있고, 공약을 살피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보면 좋을 자료를 한겨레가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앞서 열린편집위원회에서 한겨레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좋은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여서 더 기뻤다. 대선 이슈페이퍼의 경우 구성도 보기에 좋았고, 후보별로 ‘진행 중인 이슈’, 일정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편리했다.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의 경우는 유권자의 말을 듣고 현상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캠프에 질문을 던진 뒤 답변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구성 자체가 좋은데, 이런 구성이 홈페이지(누리집)에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개별 기사만 올라와서 지면에서 볼 때와 달리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또 지면에는 각 캠프에서 받은 답변 중 핵심을 요약해서 정리해 주는 인포그래픽이 있는데, 홈페이지에는 답변 전문을 그대로 올려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홈페이지에도 간략하게 답변을 정리·요약해 보여주는 페이지가 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번 대선의 경우 후보들이 언급을 피해서인지 노동 이슈, 차별금지법 등 의제가 잘 부각이 안 되는 것 같다. 한겨레가 이런 의제들에 대해서 끈질기게 질문을 해서 후보들의 말을 끌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김민정 최근에는 청년 100명을 모아 각 대선 캠프와 토론을 벌이는 ‘청년 5일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이런 아이디어나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같은 기획을 보면 이번 대선에서 한겨레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지점을 직접 묻고 답을 얻겠다는 방향이 좋아 보인다.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의 경우 기후위기 주제 기사에서 27명, 부동산 주제 기사에서 23명의 이야기를 직접 담았는데, 각각의 이슈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잘 보여줬다. 특히 부동산 기사는 ‘후회’ ‘배신감’ ‘위기’ 등으로 챕터를 나눠 각 개인의 상황을 녹여서 서술해 가독성이 좋았다. 유권자들의 삶 이야기가 나오고, 이들이 생각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보여주고 질문을 받아 캠프의 답변을 싣는 구성 역시 괜찮았다. 한 주제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과 대선 후보의 공약을 1면을 포함해 다섯 면에 걸쳐 보도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황세원 매번 선거 때마다 정책 보도가 없다는 말이 반복된다. 언론에서 정책 보도를 안 하는 것이 아닌데, 유권자들은 정책 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최근에 깨달았다. 지금 후보들은 대부분 ‘스몰딜 전략’을 사용한다. 월세는 어떻게 하겠다, 학자금 대책은 이것이다, 주식 거래나 코인 투자는 이런 방향으로 하겠다… 이런 정책을 낱개로 밝힌다. 하나하나 보다 보면 혹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각각의 정책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스몰딜로 제시하는 정책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기 대응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자본시장 공약을 다룬 한겨레 ‘2022 대선 콕! 이 공약’을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 공매도 규제, 개인 투자자 보호 등에 있어서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이 과연 일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기업활동의 자유 보장과 정부 규제에 대해 두 당이 오랫동안 서로 맞붙어 왔는데, 두 후보의 공약이 일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두 후보 모두 스몰딜 전략의 하나로 개인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먼저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큰 관점에서 기업활동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등에 대한 토론 없이 개별 정책만 내는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 비슷한 점이 많다고 분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각 공약을 분석하되 그 후보의 근본 철학이나 비전이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해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준범 최근 화제가 됐던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브이’의 후보 대담을 봤다. 그 내용을 보면 주식 시장에 대한 정책을 질문하는데 후보들이 하는 대답이 대동소이하다. 주요 시청자가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이 듣기 좋은 이야기는 다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황 위원이 말한 것처럼 후보들의 답변이 다른 공약이나 정책과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관련한 질문은 없더라. 한겨레가 후보들의 공약들 가운데 서로 모순되는 게 없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보림 대선 이슈페이퍼의 경우 혼잡한 대선 상황에서 무엇이 진행 중인 이슈고 무엇이 주요 화두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점은 무척 좋았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었다. 다만 지금 페이지가 어떤 독자들이 어떤 경로로 대선 이슈페이퍼에 방문했는지 유입 분석이 되지 않는 구조인 것 같다. 더불어 대선 이슈페이퍼 메인 페이지에서 한겨레 대선 관련 기획 기사와 후보 공약 등을 모아서 분석해 놓은 ‘사이드 비(B)’ 페이지로 갔다가, 다시 대선 이슈페이퍼로 돌아가는 기능이 없다. 또 대선 이슈페이퍼 상단에 어떤 페이지인지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있으면 처음 들어온 독자들이 혼란 없이 내용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한참을 읽어야 어떤 페이지인지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의 경우 주요 의제를 선정하고 캠프에 직접 물어 답을 듣는 방식이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가령 기후위기가 심각하니까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내놔야 한다는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먼저 풀고, 이번 대선에서 어떤 의제가 다뤄져야 하는지 밝힌 뒤에 이에 대한 각 캠프의 답변을 받아내는 것은 다른 언론에서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겨레 기사를 통해 진짜로 궁금했던 것을 많이 알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들의 공약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김경미 안 그래도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답하던 차에 한겨레가 참여형 기획을 잇달아 하고 있어 반가웠다. 아쉬운 점은 홍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되는 것이다. 한겨레의 대선 기획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바이럴이 안 되는 것 같다. 대선 이슈페이퍼는 인상적이었다. 다만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지 잘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 시대가 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대선 후보들이 중요한 이슈는 뜨거운 감자라고 여겨 언급을 피하고 작은 공약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은 공약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고, 세부적인 정책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겨레가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가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얼마나 발언하고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확인을 해주면 좋겠다. 이들의 공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은주 과거 열린편집위원회에서 말씀해주신 내용이 한겨레의 이번 대선 기획 보도에 큰 도움이 됐다. 한겨레 대선 기획 보도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대선 이슈페이퍼와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청년 5일장’을 모두 모은 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이다.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은 피디에프(PDF)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 과정에서 현장 기자들이 2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권태호 선거 때마다 정책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거시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2년에는 지역 분권, 2008년은 대운하, 2012년에는 복지 등 매번 선거 때마다 거대 담론이 등장했는데, 지금은 파편화된 정책만 나온다. 또 하나 이번 선거의 특징은 소수자 차별이 가시화·노골화됐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선거 국면에서 소수자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았는데, 최근에는 각종 커뮤니티 등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마이너리티를 소외하는 분위기다. 한겨레가 이런 부분을 주도적으로 보도하고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정책도 중요하지만 후보의 자질 검증도 중요하다. 정책은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고 선거 이후에 없어질 수도 있다. 후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정책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후보에 대한 보도를 충실히 하는 것 역시 언론의 주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민정 오늘이 9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마지막 회의다. 한겨레가 늘 열린편집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것이 느껴져 보람찬 1년이었다. 마무리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내일은 편하게 신문을 볼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한편으로는 가벼워진다.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회의에 함께해주신 위원들께 모두 감사하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2천만원 욕망의 기획자’
선입견 깬 실태 탐사 호평

게티이미지뱅크

9기 열린편집위원들은 12~1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3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기사는 기획부동산에 직접 취업해 경험한 내용과 2천만원 갭투자 아파트 매입이 유행이 된 실태를 다룬 탐사 보도 ‘2천만원 욕망의 기획자’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황세원 위원은 “부동산을 둘러싼 욕망을 기획부동산에 직접 취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세히 보여준 소중한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1. 2천만원 욕망의 기획자 탐사 보도
김완·장필수 스페셜콘텐츠부 기자
심사평: “돈 있는 사람만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현 실태를 제대로 보여준 기사.”

2. 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시리즈
대선 정책 취재팀
심사평: “유권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후보의 답변을 충실히 담은 대선 시기 꼭 필요한 기사였다.”

3. 중대재해법 시행 한달 앞 현장
박태우·신다은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주요 법안 시행 전 현장의 모습을 꼼꼼하게 잘 담았다.”

4. 대선후보에 숙원사업 들이미는 지자체…남발하는 백지수표
오윤주 전국부 기자 등
심사평: “지역 숙원 사업 명목의 대규모 건설 사업이 대선을 틈타 공약이 되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 기사.”

5. 가장 보통의 재판: 코로나의 또다른 그늘…범법자 된 자영업자 수천명
최민영 사회부 기자
심사평: “코로나 국면에서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한 기사. 형사처벌 과잉의 현 세태를 잘 보여줬다.”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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