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미·중 갈등 이용한 일본과 호주의 우주굴기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2022.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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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다시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캐나다에 이어 일본도 참여하면서 미일 우주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워싱턴=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지렛대 삼아 일본과 호주가 자국 우주산업의 굴기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편을 확실히 들어주는 대가로 미국에 자국 우주개발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요구하는 ‘기브 앤 테이크’가 이 두 나라가 펼치고 있는 전략의 공통점이다.

미국의 동북아 지역 핵심 안보 파트너인 일본은 NASA가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대 말까지 일본인 우주 비행사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자 한다. 만약 실현된다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국민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 나라가 된다.

중국의 남하를 저지하는 선봉에 있는 호주는 NASA의 많은 로켓이 자국 영토에 있는 발사장에서 발사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명성을 이용해 호주를 세계 로켓 발사의 거점으로 키우려 한다. 호주의 이러한 바람은 실제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NASA는 오는 6월 호주 북부 아넘랜드에 있는 한 상업용 로켓 발사장에서 연구용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발사되면 이는 NASA가 미국 외에 있는 상업용 발사장에서 진행한 첫 로켓 발사가 된다.

미국 주도로 호주, 캐나다, 일본,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영국, 아랍에미리트, 우크라이나, 한국 등 10개국이 서명(2021년 5월 기준)한 아르테미스 국제협정' 서명. 

일본과 호주의 이러한 ‘주고받기 전략’은 우주개발과 관련된 산업의 육성에 있어서 정부의 외교전략이 기술개발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엔리코 팔러모 호주 우주청장은 최근 현지 매체인 ‘머큐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견제 공조를 위해 결성된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인 오커스와 미국·호주·일본·인도가 참여한 쿼드가 호주 우주산업의 성장을 돕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2년에 개최될 오커스와 쿼드 관련 회의에서 “우주가 최우선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관련국들로부터 공유받은 우주 관련 정보와 기술들은 호주의 우주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팔러모 청장은 “호주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주요 장소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호주에서 유인우주선 발사가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팔러모 청장의 유인우주선 발사와 관련한 발언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과학동아DB

현재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나라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3개국으로 호주와 갈등 상황에 있는 중국 그리고 우주개발이 있어 중국과 협력관계에 있는 러시아가 호주에서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협조하는 대가로 미국의 달 착륙 우주선에 자국 우주인을 탑승시키는 것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쿼드의 가입국이고 작년부터 중국 견제를 위한 다국적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가 우주개발전략본부 회의에 참석해 “2020년대 후반까지 일본인 우주 비행사의 달 착륙을 도모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본은 아직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당시 이 발언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다. 기시다 총리의 이 발언은 개정된 일본의 국가 우주 기본계획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나왔고 “일본인 우주인의 달 착륙”은 개정된 일본 우주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공포된 개정안에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일본인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다. 단 해당 내용이 “일본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과 연결되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우주인 달 착륙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2019년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H-3로켓을 개량해 달 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 제공

개정안과 관련해 NASA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일본의 의도대로 일본인 우주인의 달 착륙이 추진된다면 실제 착륙 시기는 2026년부터 30년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발사될 NASA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의 소속과 국적이 2025년 발사까지 이미 다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추진되는 아르테미스 1 미션에는 무인 우주선이 사용되고, 2024년에 발사될 예정인 아르테미스 2 미션에 사용될 유인 우주선은 NASA 소속 우주인 3명과 캐나다 우주국 소속 우주인 1명이 태우고 달 궤도를 돈 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첫 달 착륙은 2025년에 있을 예정인데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 두 명의 소속은 모두 NASA가 될 예정이다.

일본 민간우주회사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달 유인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모형이 2019년 10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 전시돼 있다. 워싱턴=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 뉴스 서울 특파원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에 합류해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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