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성지로 귀환 서사는 허구..유대인의 불편한 진실

2022. 1. 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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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유대민중'의 국가로 여기는 한 이 나라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역사학 교수는 유대 신화의 허상을 파헤친 문제작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배와 추방 서사는 유대인들이 예수를 배척, 십자가에 못 박은 벌이라는 서사와 결합, 더욱 강화된다.

저자는 이 서사가 여전히 이스라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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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유대민중’의 국가로 여기는 한 이 나라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역사학 교수는 유대 신화의 허상을 파헤친 문제작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히브리어로 출간되고 2009년 영어로 번역된 이 책은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이스라엘 역사서”로 불린다.

저자는 이 책에서 “2천 년의 유랑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옛 고향땅을 되찾은 어느 뛰어난 민족”이라는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 서사가 허구임을 문헌 연구를 통해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특히 성서의 신화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나간 과정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가령 기원전 20세기 쯤에 가나안으로 이주해왔다는 선조 아브라함과 당시 성서에 등장하는 블레셋인· 아람인·낙타의 출현 등의 연대가 크게 어긋나고, ‘창세기’에 언급된 이름들 중 다수가 기원전 6,7세기에 등장하는 등 저자는 성서고고학의 모순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또한 기원전 13세기 출애굽 사건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에 여전히 이집트 땅이었다.

추방 서사의 시작점인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제국의 침공으로 포로로 잡혀간 바빌론 유수도 실은 엘리트 지배층의 일부에 국한됐다. 그나마 그 중 다수는 유수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시 정치 붕괴와 비상 권한의 공백이 궁정서기나 제사장 등 식자층에게 자율성과 표현의 기회를 제공, 이 시기에 성서 창작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2차 유수인 서기 66년 로마에 항거해 일어난 유대전쟁과 서기 132년 바르 코크바 반란에서도 예루살렘이 황폐해지긴 했어도 추방은 없었다. 심지어 7세기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토착 히브리 농민이 땅을 버린 일은 없었다. 이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했는데, 이들이야말로 지금 이스라엘이 그토록 배척하고 탄압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뿌리라는 것이다. 즉 유대인과 다르지 않다.

유배와 추방 서사는 유대인들이 예수를 배척, 십자가에 못 박은 벌이라는 서사와 결합, 더욱 강화된다. 이후 랍비 유대교에서는 구원이 일어날 성지, 즉 예루살렘으로 집단 이주하지 말라는 금지사항마저 생기게 된다. 이에따라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의 신성성 때문에 오히려 시온으로 돌아가길 꺼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시온으로 돌아가는 행렬이 시작된건 19세기로, 유럽에서 종족주의가 들끓면서 유대인 탄압이 거세지자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유대인으로 불리는 오랜 종교공동체가 종족공동체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시오니스트 민족주의자들의 정치적 이해가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서사가 여전히 이스라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새로운 자료를 검토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자료가 예전부터 시오니스트 및 역사학자들이 알고 있던 것들이라며, 역사학자들에 의해 은폐되거나 이데올로기적 요구에 맞지 않아 망각된 것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만들어진 유대인/슐로모 산드 지음, 김승완 옮김/사월의책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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