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고과 1위' 달라진 대우.."KIA에선 협상할 때 작아졌는데"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KIA에서는 협상할 때만 되면 작아졌다. 뭔가 내세울 상황이 아니라서 힘든 겨울을 많이 보냈다."
우완 홍건희(30)는 2020년 6월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쥔 적이 없었다. KIA 타이거즈에서 2011년부터 10년 가까이 뛰는 동안 연봉 인상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2020년 KIA에서 마지막 해 연봉이 5300만원이었다. KIA에서 통산 166경기에 등판해 9승20패, 5홀드, 5세이브, 347이닝, 평균자책점 6.30에 그쳤으니 그럴 만했다.
두산에서 필승조로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 겨울의 온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홍건희는 2020년 50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4패, 8홀드, 1세이브, 56⅔이닝,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높은 편이었지만, 경기 수와 이닝 등 기여도가 높았다. 두산은 홍건희와 연봉 협상 첫해 1억1000만원을 안기며 공을 인정해줬다.
2배 넘게 뛰어오른 연봉은 홍건희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앞으로 불펜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이 5선발 경쟁을 펼칠 투수들을 고민하면서 홍건희를 언급한 뒤였다.
결과로 자신의 선택을 증명했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 65경기에 구원 등판해 6승6패, 17홀드, 3세이브, 74⅓이닝,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팀 내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 수와 이닝을 기록했고, 생애 첫 2점대 평균자책점 시즌을 보냈다. 2016년과 2020년에 기록한 평균자책점 4.98이 이전까지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올해도 홍건희는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올해 두산 불펜 투수 가운데 고과 1위에 올랐다. 구단은 당연히 좋은 대우를 약속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상률 10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건희는 "KIA에서는 흔히 말하는 고과를 많이 쌓을 수 있는 자리에 있지 못했다. 협상할 때만 되면 작아지고, 뭔가 내세울 상황이 아니라 힘든 겨울을 많이 보냈다. 두산에 와서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좋은 자리에서 성적도 내다 보니까 겨울에 연봉 협상하는 시기가 왔을 때 기분이 좋더라. 솔직히 말하면 선수가 야구를 하는 목적이 명예도 중요하지만, 보상은 연봉으로 받으니까. KIA에 있을 때는 이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두산에서 잘 챙겨주셔서 뿌듯한 겨울을 보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두산이 2020년 시즌 뒤 연봉 협상부터 불펜 투수들의 고과 책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쓴 효과도 있었다. 기여도가 높은 선수에게 조금 더 확실히 보상해주면서 기록이 좋지 않은 선수의 삭감 폭은 조금 더 크게 잡았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한 만큼 준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홍건희는 "아무래도 선발투수와 비교하면 중간투수들이 당연하다시피 대우를 더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맞긴 하지만, 우리 구단은 불펜 투수들이 고생하는 것을 많이 신경 써주시더라. 재작년에 처음 왔을 때 느꼈고, 지난해에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내가 운도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새 시즌에도 홍건희는 필승조로 중용될 전망이다. 홍건희도 기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건희는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세운 기준치와 비교하면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성장이 멈추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 2년 정도 불펜에서 이렇게 해봤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려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믿음을 계속 심어주면서 내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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